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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자전거

카본자전거와 승차감

v22000 2019. 6. 18. 17:23

2012년 3월호 자전거생활 원고

 

컬럼제목 : Carbon Story

 

제목: 카본자전거와 승차감
부제: 카본복합재의 특성은 자전거의 승차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머리글: 자전거에 있어서 승차감은 구매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카본 자전거의 승차감은 어떻게 다를까? 다르다는 점이 꼭 우월한 것은 아니지만 카본이기에 느낄 수 있는 특성과 매력을 알고 탄다면 라이딩의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이번 호에서는 카본이 진동을 흡수하는 점과 탄성이 좋다는 점을 조명해보자.

카본 자전거는 진동을 흡수한다. 
장거리 라이딩은 하나의 도전이다. 우리는 자전거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하루 만에 대관령을 넘고 동해바다에 도착한 후 강릉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당일 고속버스로 돌아오는 라이더들을 많이 보아왔다. 동해바다로 가는 길은 자전거로 라이딩하고 오는 길만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이렇게 하루에 200km 이상을 인간의 근력으로만 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라이딩 후에는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게 되는데 피로의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Vibration)이다. 이러한 진동을 흡수하는 소재가 바로 카본 복합재이다
카본 복합재(Carbon Composite)는 카본 섬유(Carbon Fiber)와 에폭시 수지(Epoxy Resin)에 함께 열을 가해 굳혀 만든 소재이다. 카본섬유가 진동을 흡수하는 것보다는 경화된 에폭시 수지가 진동 흡수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카본 섬유는 강한 힘이 가해져도 잘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동이 가해지면 그 진동이 흡수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폭시 수지와 함께 만들어진 카본 복합재의 독특한 구조는 진동을 흡수한다. 여기서 에폭시 수지를 모재(Matrix/Binder)라 하고 카본 섬유를 보강재(Reinforcing Element)라고 한다. 카본 복합재에서 모재가 충격 흡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이러한 뛰어난 진동흡수 기능을 감쇠(damping) 특성이라고 한다.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다면 카본 자전거를 고려해볼 만하다.

 

 

Caption. 카본 복합재를 전자현미경(Electron Microscope)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검은 색의 철심 같은 것이 카본 섬유 한 가닥이다. 실제로 카본 섬유 한 가닥은 머리카락의 10분의 1정도로 굵기가 매우 얇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카본섬유 중간중간을 채우고 있는 노란색 플라스틱이 바로 에폭시 수지이다. 확대하여 보니 마치 돌을 깨 놓은 것 같은 거친 느낌을 준다. (출처. ZF사가 발행하는 간행물 ‘drive’ 2011년 2호 www.zf.com)

 


일부만 카본부품으로 바꿔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카본 복합재라는 소재를 자전거로 느끼고 싶다면 먼저 싯포스트나 핸들바 또는 안장(Saddle)과 같이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품부터 하나씩 바꾸어 보면 되겠다. 물론 경제적 여력이 허락하여 풀카본 프레임이나 풀카본 휠셋을 당장 구입한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두 개의 직접적인 부품을 통하여 카본 복합재를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이다. 가령 핸들바를 바꾸고서 늘 타던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주행해보자. 손목과 어깨에 전달되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싯스테이만 혹은 체인스테이만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가 많이 있었다. 2008년식 BMC SL01이 바로 그러한 모델인데 싯스테이와 포크만 카본이고 카본이 아닌 부분은 모두 알루미늄 튜빙과 용접으로 이루어져있다. 풀카본을 구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 라이더들에게 프레임의 후삼각 쪽 튜빙은 카본으로 만들었을 때 승차감에 최대한의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최근에는 모두 카본 복합재이거나 아니면 알루미늄이거나 티타늄, 또는 크로몰리 등 단일소재로 구분되면서 카본 복합재와 다른 소재가 혼용되는 경우가 드물게 되었다. 카본 생산 기술의 발전과 생산공장의 확대로 인하여 풀카본으로 프레임을 재조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어렵지 않고 생산 단가도 조금씩 낮아지면서 풀카본 자전거는 많은 라이더들에게 구입 가능한 자전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Caption. 2008년식 BMC SL01 로드바이크 프레임이다. 검은색 싯스테이 부분만 카본이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있다. 예전에는 이와 같이 카본이 적용되어 효과가 극대화 되는 부분만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가 많았는데 풀카본 자전거가 워낙 고가였기 때문에 이렇게 부분만 카본인 자전거들도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의 서스펜션도 카본을 적용하는 날이 온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진동흡수가 뛰어나다면 왜 자동차의 서스펜션은 카본으로 만들지 않는 것일까? 진동흡수를 위한 부품이 바로 서스펜션(Suspension)이니까 카본으로 만든다면 매우 효과적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카본은 아직 일반 자동차의 부품으로 내려오기에는 재료비가 너무 비싸고 제조공정 또한 까다롭다. 특히 재료비는 철강 대비 40배 정도라고 하니 카본 섬유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해지기 전까지는 원가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독일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ZF사는 카본 서스펜션 모듈을 선보였다. ZF사는 BMW와 벤츠의 변속기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ZF사의 서스펜션 모듈은 무게가 4kg 밖에 나가지 않아서 연비를 향상시켜주며 전기자동차 등 경량화가 매우 필요한 자동차를 위하여 탄생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진동뿐만 아니라 소음(Noise)까지도 줄여준다는 점인데 턱을 넘거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에 특히 장점을 발휘한다고 한다. 아직은 소형차에 장착하여 테스트하는 단계이지만, 2014년쯤에는 대량 생산되어 우리가 타는 일반 자동차에도 카본복합재 서스펜션 부품이 적용될 예정이다

 

 

Caption. 카본 복합재로 제작한 자동차 서스펜션 모듈(Carbon-Fiber MacPherson Suspension Strut)이다. 반복적인 힘과 진동이 전해지는 부품을 카본으로 제작하여 진동과 소음을 줄이고 경량화를 구현하였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일반 서스펜션과 비교하여 약 50%의 경량화를 이루었다. 자바라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의 스프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 부분은 유리섬유(Glass Fiber)이다. 현재는 연구개발품인 컨셉(Concept) 단계이나 향후 대량생산하여 전기자동차, 경소형차 등의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출처. ZF사 www.zf.com)

 

또한 2011년식 메르세데스 벤츠의 SLS AMG라는 슈퍼카에는 카본 복합재로 만든 핵심적인 부품이 있다. 그동안 슈퍼카의 외장이나 프레임에 쓰이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구동축에 쓰이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일반 승용차만 경험해온 필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570마력의 엄청난 엔진파워를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변속기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벤츠는 이 카본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를 통해 경량화와 함께 차량 전체의 앞뒤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경제신문을 통해 접한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서 카본 섬유에 대한 자체 연구개발에 착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카본 복합재가 여러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되는 현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aption.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작한 슈퍼카 SLS AMG와 슈퍼카에 장착된 카본복합재 구동축의 모습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토쇼 등에서 구동축을 카본으로 제작하였다는 사실을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홍보하였다. (출처. 오토블로그 www.autoblog.com)

 


카본 자전거는 탄성이 좋아 안정적이다
물체에 외부의 힘을 가하면 그 형상이 변형된다. 이때 그 힘을 제거하면 물체는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데 이 성질을 탄성(Elasticity)이라고 한다. 카본 복합재는 탄성이 좋다예를 들어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의 불규칙한 노면을 산악자전거로 라이딩한다고 생각해보자. 자전거 프레임은 카본이고 하드테일(Hardtail)이라고 하자. 앞은 샥이 충격을 받아주지만 뒤바퀴는 노면의 불규칙함을 만날 때마다 튕겨져 올라올 것이다. 이때 변형된 자전거 프레임의 형상이 빨리 복귀되면 될 수록 라이더는 안정적인 라이딩을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원래의 형상을 찾아야 노면에 바로바로 접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돌에 튕겨서 프레임에 변형이 있더라도 바로 원래의 모양을 찾아서 땅에 닿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이 된다면 라이더의 자전거는 지속적으로 땅에 붙어있을 수 있다. 뒷쪽에 샥이 없더라도 카본 복합재 하드테일은 신속하게 충격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한다
로드바이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카본 프레임과 함께 50mm이상의 높은 프로파일의 카본 휠셋을 장착하고 내리막도로를 내려와보면 시속 70km가 넘는 고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도로에 확실히 접지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바퀴가 약간의 요철에도 통통 튀고 휘청거린다면 결코 속력을 높일 수 없을 것이다

 

 

Caption. 하드테일 MTB로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내려오는 모습니다. 불규칙한 노면을 만날 때마다 바이크는 순간순간 원형이 복원되어 안정된 라이딩을 하게 해준다. (출처. 아이앰스페셜라이즈드 www.iamspecialized.com)

 


승차감은 딱딱하거나 낭창거리거나 둘 중의 하나?
카본자전거에 대한 흔한 오해 중에 하나가 너무 낭창거린다는 것이다. 특히 급격한 가속을 위하여 댄싱을 할 때에 자전거가 휘청거리는데 자전거가 휘청거린다면 라이더의 힘에 어떤 식으로든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고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카본 복합재 자체는 낭창거리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자전거를 설계할 때에 어떤 승차감으로 설계하는가의 문제인데 딱딱한 승차감의 카본 자전거도 많이 있다극단적인 경우로 트랙 경기(Track Cycling)를 위한 카본자전거는 너무 딱딱하여 필자와 같은 일반인이 탄다면 정지상태에서 출발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자전거가 단거리 어택에 맞추어져 있는지 아니면 장거리 라이딩에서 피로감을 줄여주는 편안한 승차감에 맞춰져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만족시키려고 중간 상태를 위해 설계했는지 보면 된다. 그래서 구입 전에 동일 모델이나 유사한 모델을 시승 해보고 정말 나에게 맞는 자전거인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와인(Wine)도 단맛, 신맛, 쓴맛 등으로 나누어지지 않던가.

 

 

Caption. 네덜란드의 KOGA사가 제작한 트랙경기용 사이클이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하여 제작에 백만불(한화로 약 11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모델인데 아쉽게도 이 자전거로 경기를 했던 네덜란드 선수인 테오 보스(Theo Bos)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렇게 경기성적을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실내 트랙경기용 자전거의 승차감은 매우 딱딱한데 일반도로 주행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출처. 이센셜기어가이드 www.essentialgearguide.com)

 


마치며
카본 복합재의 특성이 자전거의 승차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카본 복합재는 천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진동을 흡수하며 탄성이 좋아 안정적인 라이딩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춥고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으니 자전거를 끌고 나가 이러한 특성과 매력을 라이더의 몸으로 직접 느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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