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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호 원고


컬럼제목 : Carbon Story

 

제목 : 왜 자전거에 카본이 쓰이게 되었는가?

부제 : 카본 자전거가 나오게 된 필연적 이유와 배경

 

머리글 : 카본 복합재는 항공기와 함께 자전거에 먼저 적용이 되었는데 그 이유로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것은 경량화, 디자인, 성능이다. 카본 복합재가 이 세가지 요소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장점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를 통해 자전거과 카본복합재의 만남에는 이미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보자.

 

카본이 본격적으로 쓰이기까지는 2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연구 중에 있을 첨단신소재는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학계와 산업계에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리고 그 혁신적 결과물은 대중매체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 발표되고 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 소비자가 사용 가능한 제품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려면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특수소재인 카본 섬유 자체는 이미 1960년대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었지만, 항공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그 후 20여 년이 지나서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잉(Boeing)사보다는 오히려 유럽의 에어버스(Airbus)사가 더 빨랐고, 1983 A310기종에 이르러서야 방향타, 스포일러, 에어 브레이크 등의 비행조종 영역에까지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Caption. 카본복합재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에어버스사의 A310기종이다. 225대가 생산되었으며 현재 193대가 운항 중이다. 사진은 아랍에미리트 항공의 A310기이다. (출처. 위키백과 http://en.wikipedia.org)

 

자전거는 카본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좋은 소재였다

이렇듯 신소재가 개발되어도 시장에 적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유난히 빠르게 시범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다. 원시적으로 추측해보자. 신소재로 어떤 프레임을 최초로 완성하였다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다른 금속 프레임들과의 비교테스트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자전거는 재료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먼저 완성품을 만들기 수월하고 만들어진 완성제품을 이용해 비교테스트하기도 용이하다. 또한, 시편을 만들어서 테스트해보는 것보다 인간이 경험해볼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느껴보고 테스트하는 것이 다각도의 데이터를 더 얻기 마련이다. 더욱이 자전거는 신체와 밀접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 결과 또한 상당히 즉각적이다. 어쩌면 최초로 카본 복합재를 발명한 화학자들에게 있어서도 자전거는 본인들의 발명품을 시험해볼 수 있는 무척 매력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최초의 카본프레임은 1975년에 탄생했다

흥미롭게도 자전거에 있어서 카본 복합재는 단순히 시범 적용에 그치지 않고 프레임 전반에 도입 반영되는 등, 굉장히 가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최초의 자전거 카본 프레임은 1975년 미국의 엑손(Exxon)사가 만든그라프텍(Graftek)’이었다. 지금의 카본 프레임과는 사뭇 다르게 러그 부분은 금속을 이용하고 튜빙 부분만 카본을 사용한 것으로 외관상으로 볼 때 일반적인 자전거 프레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러그 부분은 티타늄 등의 금속을 사용하고 튜빙만 카본 복합재를 이용한 자전거 프레임이 시판되고 있는데 그러한 제품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와 달리, 현재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모노코크 구조의 카본 프레임은 1986년 케스트렐(Kestrel)사가 만든 제품이 시초이다. 케스트렐의 프레임은 러그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형으로 연결되게 끔 디자인한 것이었다. 이후, 트렉(Trek),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 스캇(Scott), 자이언트(Giant), (Look)같은 브랜드에서 생산되었고 라이더들에게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Caption. 최초의 카본 프레임은 튜빙 부분만 카본이고 튜빙이 연결되는 러그는 금속으로 되어있다. 튜빙도 풀카본이 아니고 안쪽으로는 알루미늄 튜빙이 존재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진은 1975년에 제작되어 최초의 카본 프레임으로 인정받는 엑손사의 그라프텍이다. 초기 카본 프레임은 러그와 튜빙의 접착부분이 떨어져 분리되는 결함이 종종 발생했다.


Caption. 1986년에 출시된 케스트렐(Kestrel)사의 4000은 모노코크 풀카본 프레임으로 지금의 카본 프레임의 원형이라 불릴 수 있는 구조와 모습을 갖추고 있다.

 

카본이 자전거에 도입된 세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그렇다면 이렇게 카본이 프레임에 도입되고 라이더들에게 빠르게 보급되게 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 일까? 자전거가 혹시 항공기만큼 기능이 중시되는 첨단제품이기 때문일까? 그 이유를 대략 세가지로 정리해보면 가벼운 무게와 디자인, 그리고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가장 주요한 이유로 자전거의 경량화를 들 수 있다. 다른 탈 것과 달리 자전거는 가벼울 수록 비싼 제품이다. 제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료가 적게 들어갈 수록 비싸지고 명품이 되다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다. 자전거가 가벼워야 하는 이유는 자전거의 동력이 기본적으로 인간(Human Powered)’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한정된 인간의 힘으로 더 멀리 더 빨리 가야 하므로 가벼워야만 한다. 때문에 가볍고 단단한 소재인 카본 복합재가 적극적으로 적용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가볍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에 대규모 바이크 쇼에 가면 저울에 달아놓은 초경량 자전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것은 근처 자전거 샵에 들렸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비싼 자전거를 보면 자연스레 무게의 가벼움을 체크하게 되는데, 한 손에 달랑하고 들리는 그 가벼움은 경이로운 감탄사를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


Caption. 스톡 바이시클사의 파시나리오 0.6 (Fascenario) 카본 프레임은 무게가 620g에 불과하다. 경량화를 향한 인간의 끊임 없는 욕심과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출처. 독일 스톡바이시클 http://www.storck-bicycle.de)

 

경량화는 자전거가 추구하는 1순위 목표이다

자동차와 비교해보자. 동력원이 엔진, 그것도 백 마력 안팎의 힘을 갖는 기계로부터 나오므로 극단적인 경량화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에서 오르막을 만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전거가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거로 업힐을 해본 경험이 있는 라이더라면 모두가 절실하게 느껴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시속 32km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10%의 오르막길을 만났다면 그 사람은 같은 힘으로 시속 13km 밖에는 달리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오르막에서는 힘이 많이 들게 되는데 경량화의 효과는 여기서 크게 나타나게 된다. 아마도 평소에는 분명히 나보다 잘 달리지 못했던 사람이 자전거를 바꾸고 나서 나보다 더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그가 단기간에 근력을 키운 게 아니라면 당연히 자전거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카본은 디자인 스타일을 구현하기 좋은 소재이다

두 번째는 디자인이다. 자전거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패션과 성능인데 패션을 결정하는 것이 디자인스타일일 것이다. 즉 자전거는 빠르고 정교하게 달려야 한다는 성능과 함께 자신과 타인이 보고 개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야 한다. 의류의 패션디자인과 같은 측면이 자전거에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패션을 위하여 기능과 상관 없는 형태가 덧붙여지기까지 한다. 그만큼 디자인적인 측면은 자전거 산업의 성장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이 디자인을 트렌드에 맞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소재로 카본 복합재 역시 한 몫하고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알루미늄이나 철재 자전거는 용접한 자리가 남게 되는 데 카본 복합재의 경우에는 용접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튜빙과 튜빙의 연결부분에 유려한 곡선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나아가 튜빙의 형태를 일반적인 원형이나 타원형이 아니라 자유로운 단면의 형태를 구사함으로써 유기적인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하이드로 포밍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카본 복합재가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알루미늄 등의 금속소재에서도 구현이 가능해졌지만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여전히 카본 복합재가 더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피나렐로사의 도그마와 같은 프레임은 비대칭이면서도 고유의 표면형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가진다. 오베아 오르카의 경우에도 독특한 튜브 형상으로 시장에서 많은 라이더들에게 어필한 바가 있다. 원형의 튜빙 형상을 넘어서 최근에는 각진 사각형의 두꺼운 다운튜브 형상으로 자이언트 로드 레이싱용 카본 프레임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형상들은 모두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패션 스타일링의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하여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Caption. 좌측으로부터 프나렐로 도그마, 오베아 오르카, 자이언트 TCR 카본 프레임이다. 제품의 아이덴티티(Product Identity)가 튜빙 형상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로고 데칼을 제거하더라도 어느회사 제품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올림픽에서 영국팀은 단순함을 선택했다

단적인 예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이클에서 금메달을 8개나 가져간 영국팀의 카본 프레임을 보면 형상은 극단적으로 단순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튜빙은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직선이며 단면은 타원형(Elipse)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능보다는 패션이 우선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항공기는 꼭 그래야만 하는 형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있어서 자유도가 떨어지지만 자전거는 의류처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성능과 패션, 이 두 가지가 자전거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aption.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영국팀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자전거를 타고 8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자전거 프레임의 디자인은 직선과 타원형 튜빙으로 단순화 되어있다. 영국선수들이 타는 자전거 한대의 가격은 개발비를 포함하여 7만파운드( 125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기록 단축을 위한 성능 구현이 카본소재의 목적이다

세 번째는 앞서 주지한 성능이다. 올림픽과 매년 열리는 각종 월드컵, 뚜르드 프랑스, 지로데 이탈리아, 브엘타 에스파냐 등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카본 자전거를 탄다. 0.01초라도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절박한 선수들이 선택한 소재라면 성능의 측면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만 해도 경제적으로 고가의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는 라이더들은 카본 프레임 자전거를검은 플라스틱 같다.”며 티타늄 프레임, 크로몰리 프레임을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하는 라이더들, 특히 로드레이서들은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대부분 카본 프레임을 선호한다.

카본 복합재로 자전거 프레임 등 자전거 부품을 만들면 어떤 장점이 있겠는가? 지난 호에 언급하였듯이 카본시트는 단방향으로 섬유의 결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적층하느냐에 따라서 부품의 성격을 결정지을 수가 있다. 즉 외관의 모양은 같더라도 안쪽으로 4~10장의 카본 시트를 어떤 각도로 겹쳤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부품이 되는 것이다. 프레임을 예로 들면 충격을 잘 흡수하여 장거리 라이딩에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면 매우 단단하여 노면의 충격이 그대도 전달되어 딱딱하지만 타임트라이얼같은 경주에서는 기록을 단축시켜주는 프레임도 제작이 가능하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고속주행을 위해 승차감이 딱딱한 스포츠카의 성격과 오프로드 주행을 위하여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SUV의 성격도 구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용목적에 맞는, 용도에 부합하는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 수가 있다. 적층각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레진의 종류와 성형 후 잔존하는 레진의 양, 성형시 사용하는 프레싱 압력, 공기압력 등도 제품의 성격을 좌우하는데 이를 모두 컨트롤하여 최종적인 카본 복합재 자전거가 제작된다.

특히 트라이애슬론 또는 타임트라이얼 경기를 위한 하이프로파일 카본 휠은 높이가 무려 92mm인 것도 있는데 비철금속 소재로는 이러한 형태의 휠을 제작하더라도 무게와 강성에 있어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프로파일휠들은 거의 모두 카본복합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꿩 잡는데 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에 잘 부합하는 소재가 바로 카본 복합재라고 생각한다


 Caption. 레이놀즈사의 RZR 92 카본휠은 림의 높이가 92mm에 달한다. 이러한 하이프로파일 휠은 평지에서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에 뛰어난 직진성과 안정감을 선사한다. 라이더의 근력이 뒷바침 된다면 하이프로파일 휠에 도전해봄 직하다.

 

카본과 자전거는 궁합이 잘 맞는다

이상으로 세 가지의 기준으로 카본복합재와 자전거의 만남을 풀어보았다. 이외에도 언급하지 못한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정 부분 주관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한다. 분명한 것은 자전거와 카본이라는 소재는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다음 호에서는 이렇듯 좋기만 하고 만능일 것만 같은 카본 복합재 자전거에 대하여 장점과 함께 단점도 알아보자. 라이더분들께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고 그 특성에 맞게 자전거를 관리하고 라이딩한다면 더 큰 즐거움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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