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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자전거

카본자전거와 예술

v22000 2017. 7. 13. 18:17

2012 07월호 원고

 

컬럼제목 : Carbon Story

제목: 카본자전거와 예술

부제: 카본자전거와 예술의 만남을 통하여 어떻게 카본자전거가 매력적인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는지 알아보자.

 

머리글: 카본자전거와 예술의 만남이 이번 연재의 주제이다. "둘이 만난 적이 있던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내게는 생뚱 맞은 주제라 생각하는 독자 여러분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카본지전거와 예술과의 만남은 카본이 소재로써의 기능적인 의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이상의 의미란 무엇일까?

 

자전거는 이미 예술이다

사실상 자전거 자체는 하나의 예술품이다. 키네틱 조각품(Kinetic Sculpture)으로 보는 시각과 모던  디자인의 결정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군더더기 없이 구조가 모두 노출되어있고 작동 중인 메커니즘을 직접 볼 수가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뒷받침한다. 온통 커버로 말끔하게 덮혀있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감추는 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자전거는 오랜 세월 예술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다. 다양한 책도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카본자전거는? 이에 대한 답변 중에 하나가 이번 호의 글이 될 것이다.

 

갤러리로 간 자전거바퀴

1912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작품에서 기성품인 자전거를 예술작품으로 사용함으로써 레디메이드(Ready Made)라는 영역을 개척하였다. 제목은 말 그대로 "자전거바퀴(Bicycle Wheel)"이다. 작가의 창작된 고유한 작품만이 예술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대량생산된 공산품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인식의 전환이었다. 미술 전시장으로 간 최초의 자전거다. 작가의 기묘한 연출이 덧붙여진 이 단순한 자전거 바퀴는 갤러리 안에 전시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았다. 새로운 의미란 예술로서의 위상이다.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

마르셀 뒤샹이 만든 최초의 레디메이드라고 알려진 작품이다. 부엌용 의자와 자전거 바퀴를 연결해놓았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품을 갤러리에 전시하여 예술품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사건은 현대예술의 역사에서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피카소는 후대의 예술가들은 뒤샹의 상점을 뒤져 그 포장을 바꾼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폴 스미스와 자전거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작업은 영국의 머시안(Mercian) 자전거를 통해 이루어졌다. 머시안은 크로몰리 자전거였는데 그림을 그릴 면적이 넓지 않으므로 효과적인 패턴 디자인으로 폴스미스를 표현하였다. 미니 자동차를 폴스미스적으로 해석할 때에 그는 넓은 차체 표면 면적을 과감하게 폴 스미스 고유의 패턴과 컬러로 물들인 바가 있다. 면적의 넓고 좁음은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폴 스미스와 함께 이러한 작업을 했던 머시안 자전거는 영국의 더비에서 지금도 수작업으로 커스텀 고급 크로몰리 자전거를 제작하고 있다.

 

폴 스미스의 머시안 자전거와 그의 패턴, 자동차 미니

2007년에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경은 영국의 머시안 자전거를 디자인하였다. 특유의 컬러풀한 수직 패턴을 통해서 자전거를 폴 스미스적으로 해석했다. 폴 스미스의 사인이 각인되어있는 머시안 자전거는 2010년에 한국의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폴 스미스 전시회>에 전시된 바 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 매니아였고 학창시절 선수이기도 했던 그는 17세에 사고를 당해 선수는 그만 두었지만, 지금도 자전거를 즐겨탄다고 한다.

출처. www.merciancycles.co.uk

 

예술은 크로몰리 자전거를 사랑했다

지금까지 자전거를 소재로한 예술작품과 예술행사는 많았다. 특히 자전거와 문화적인 현상을 거론할 때에는 픽시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픽시문화의 시작이 생산자와 공급자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라이더로부터 왔고 자생적으로 커져왔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고급 커스텀 자전거를 만드는 전통적인 자전거 공방에서는 크로몰리 프레임을 고집해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인 그램 오브리(Graeme Obree) "당신은 카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카본에는 영혼이 없다. (You can use carbon, but carbon's got no soul.)"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카본자전거와 예술이 만났다

그래서 카본자전거로 예술과의 만남을 한정 지으면 그 범위가 급격하게 축소 된다. 그 이유는 카본자전거가 워낙 비싸서 젊은 예술가들이 구입하여 부가적인 작업을 하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카본자전거가 대중화된 것이 최근 몇 년일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카본자전거가 주는 장점 또한 명백해진다. 프레임의 튜빙이 굵어지고 바퀴는 디스크 휠(Disc Wheel)처럼 막혀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입힐 면적이 넓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값비싼 소재를 사용하므로 약간의 터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높여서 수집가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즉 타는 것에서 전시하고 소장하는 것, 나아가서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키스 헤링의 치넬리 자전거

이탈리아 치넬리와 콜럼버스 튜빙의 실질적 소유자인 안토니오 콜롬보(Antonio Colombo)는 친구가 된 키스헤링(Keith Haring)에게 자전거를 선물하였다. 그 자전거는 치넬리의 기념비적인 모델인 레이저(Cinelli Laser)이다. 키스 헤링은 2년 후에 안토니오 콜롬보에게 돌려주었다. 금전거래는 없었다. 대신에 자전거에는 그림이 들어있었다. 키스 헤링이 카본 디스크 휠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1987년의 일이다.

안토니오 콜롬보는 위의 두 회사의 소유자이면서 또한 이탈리아 밀라노에 현대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갤러리에는 현대미술과 더불어 자전거 관련 미술작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키스 헤링이 그림을 그린 치넬리 레이저와 안토니오 콜롬보

키스 헤링은 안토니오 콜롬보에게 선물로 받은 자전거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렸다. 키스 헤링은 1990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친구였던 안토니오 콜롬보가 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토니오는 본인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치넬리와 콜럼버스 튜빙의 실질적 소유자이기도 하다.

출처. www.colomboarte.com

 

거리예술가와 자전거의 만남

일본의 그라피티 작가도 카본 휠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이소우(ESOW)라는 이 젊은 작가는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그라피티 작업에 일본적인 섬세함과 정서를 잘 융합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칫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가지를 잘 버무린 솜씨는 이 작가에게 유명세를 선물 했다카본 디스크 휠에 그려넣은 작품들은 독특함과 완성도에 있어서 뛰어나며 기존 이소우라는 작가의 작품과도 일관성이 있다. 이와 같이 카본 휠에 그림을 그려넣은 픽시 자전거들은 도쿄의 시부야나 하라주쿠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에 그림을 그려넣는 작가들 중에 유독 그라피티 작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 미술인 그라피티는 자전거 또한 건물의 벽면이나 도로의 바닥처럼 거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다루기 때문이다.

 

일본의 그라피티 작가 이소우가 작업한 카본 디스크휠

일본적인 느낌으로 그라피티를 작업하는 이 작가는 카본휠에 그림을 그려넣음으로써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전거를 선택하였다. 작가 본인도 자전거를 즐겨탄다.

출처. bike-n-shit.blogspot.kr

 

깜파놀로의 보라아트

2008년 깜파놀로는 창립 75주년 행사로 보라 아트 컨테스트를 열었다.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깜파놀로의 75주년을 기념하는 디자인이나 그림을 카본휠인 보라의 휠 표면에 그리는 행사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공모를 하였고 수상자도 나왔다. 브라질 작가의 벤토 블루라는 작업이 대상을 받았다. 최종 10개 후보작 중에 수상작 3개를 뽑는 투표가 모두 인터넷으로 이루어져 전세계 라이더들의 온라인 투표장이 되었다. 은상은 캐나다인이, 동상은 영국인이 가져갔다. 가장 이탈리아적인 성격의 브랜드, 깜파놀로의 공모전에 수상자는 모두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깜파놀로 75주년 기념 보라아트 공모전 수상작

좌측으로부터 대상, 은상, 동상 수상작이며 가장 우측의 열개는 최종 후보작에 선정된 작품들이다. 전세계 라이더를 통한 온라인을 투표로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출처. www.boraart.campagnolo.com

 

미국의 그라피티와 자전거

미국의 그라피티 작가 마이크 자이언트(Mike Giant)는 캐논데일 로드바이크를 가지고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휠뿐만이 아니라 프레임 전체적으로도 일관된 그라피티 작품을 입혔다. 이 작품은 2010년 이베이(www.ebay.com)에서 3만달러에 경매 부쳐졌고 수익금 전액은 바하티 재단에 기부되었다. 바하티 재단(Bahati Foundation)은 프로 사이클 선수 바하티가 세운 재단으로 도시의 불우청소년들에게 사이클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마이크 자이언트는 또한 이탈리아 치넬리 카본 드랍바에도 작업을 하였다. 이 한정판 드랍바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129만원에 팔리고 있다.

자전거와의 인연은 거리예술가들에 있어서 각별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그라피티 작업을 하다가 발각되어 경찰들이 달려오면 맨발로 뛰는 것보다 자전거로 도망가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다.

 

그라피티 작가 마이크 자이언트가 작업한 자전거 캐논데일 엑스와 치넬리 드랍바

2010년 마이크 자이언트는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으로 이러한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앞에서 언급했던 안토니오 콜롬보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했었다. 자전거 전시회는 아니었지만, 평소 자전거를 주제로 한 작업들도 함께 관람객을 맞았다.

출처. www.highsnobiety.com

 

랜스 암스트롱, 데미안 허스트 그리고 소더비

트렉(Trek)은 랜스 암스트롱 재단(Lance Armstrong Foundation)과 함께 카본 자전거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소더비(Sotherby's)에서 경매로 팔았다. 수익금 중 12억 원이 넘는 돈을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이 기획을 통해 만든 자전거를 갤러리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가장 비싸게 팔린 자전거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작업한 것이다. 각각의 자전거는 뚜르드 프랑스 등에서 랜스 암스트롱이 직접 타고 경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 또한 이 작업에 참여했으며 세계적인 제품디자이너 마크 뉴슨도 작업을 했다. 그는 이 기획에서 자전거 자체를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표면 그래픽 작업을 통하여 마크 뉴슨만의 아이덴티티를 듬뿍 담아내었다.

 

스테이지 경매에 출품된 자전거들과 랜스 암스트롱

트랙은 2009년에 '스테이지'라는 경매행사를 벌였다. 위에서부터 데미안 허스트, 나라 요시토모, 마크 뉴슨, 쉐퍼드 페어리, 캐니 샤프, 브라이언 도넬리(KAWS)가 트렉의 자전거 6대를 예술품으로 꾸민 것이다. 이 자전거는 실제로 2009년도 뚜르드 프랑스를 비롯한 자전거 대회에서 랜스 암스트롱이 사용함으로써 한층 가치가 높아졌다. 경매행사의 기부금 중 1125천 달러는 랜스 암스트롱 재단에 기부되어 암을 예방하고 극복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작품 6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자전거는 데미안 허스트가 작업한 '나비(butterfly)' 5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원화로 5 5천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출처. www.trekbikes.com/us/en/stages/

 

본인의 작품 앞에 선 데미안 허스트

데미안 허스트는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우며 현존하는 미술가 중에 가장 비싼 작품가격과 연예인 뺨치는 유명세로 정의된다. 우리나라의 삼성미술관 리움, 천안 아라리오 미술관 등에서도 데미안 허스트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배경에 있는 작품은 2007년 작 '천국으로 가는 입구(Doorways to the Kingdom of Heaven)'인데 실제의 나비를 작품에 붙인 것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데미안 허스트는 트렉(Trek)스테이지기획에 참여하면서 로드바이크 마돈(Madone)에도 실제 나비를 붙이려고 하였으나 자전거의 무게가 증가된다는 이유가 있어서 정교한 그림으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출처. www.damienhirst.com

 

만남이 가져온 다양한 역할과 의미

예술과 카본 자전거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만남은 자전거가 가진 실용적이며 기능적인 탈 것의 의미를 넘어서 예술적인 의미를 가진다. 카본이 가지고 있는 속도의 영역에 더해서 자전거가 사회, 문화적 소통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예술품으로 팔린 자전거의 수익금은 공익적인 재단에 기부됨으로써 소외된 사람들이나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또한 랜스 암스트롱과 데미안 허스트 등이 참여하는 스타마케팅은 일반인들도 쉽게 카본자전거에 접근하게 함으로써 카본자전거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예들로 인하여 다른 자전거 회사들도 같은 맥락으로 카본자전거와 예술을 접목하는 마케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자전거 회사들에서도 이와 같이 의미 있는 만남의 사례를 만들어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마치며

이번 호에서는 카본자전거와 아트에 대해 알아보았다. 예술가들이 카본 자전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 때에 본인들이 늘 해오던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작업을 한다. 카본자전거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뒤덮는 식이다. 자전거가 캔버스가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인 것은 이미 자전거 자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예술성 때문이 아닐까. 많은 경우, 자전거는 그림을 그려넣기 이전에 하나의 작품이다.

 

_

*: 이번 호 글쓰기에는 아래 다섯 권의 책이 큰 도움을 주었다. 책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연도 순이다.

- 유혹하는 자전거, 미하엘 엠바허, 미메시스, 2012

- Velo : Bicycle culture and design, Klanten Robert, gestalten, 2010

- The competition bicycle, Jan Heine, RIZZOLI, 2012

- Fixed : Andrew Edwards, Laurence King, 2009

- Custom Bicycles, Christine Elliott, Image Publishing,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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