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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호 자전거생활 기고문

컬럼제목 : 카본스토리

 

제목 : 자전거는 카본으로 색다른 매력을 입는다.

부제목 : 카본스토리 연재를 마치면서 고마움과 아쉬움을 전한다.

 

머리글 : 자전거생활에서 고마운 기회를 주셔서 카본스토리를 10회나 연재하였다. 이번호에서는 지난 10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아쉬웠던 내용이나 정정이 필요했던 내용을 덧붙여 본다. 그 동안 카본과 자전거를 주제로 했지만, 여러모로 부족했던 원고를 읽어주셨던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리며 카본스토리에 대한 마지막 연재를 올린다.

 

카본복합재 시편과 인장강도 실험결과

카본복합재는 이와 같이 시편을 만들어 인장강도 등을 테스트한다. 하지만 자전거 프레임의 경우에는 힘을 받는 방향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실험실만의 데이터로는 한계가 있다. 유럽의 EN규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증테스트는 전체 자전거 프레임의 신뢰성을 높여주었다.

사진출처. Advaero Technologies

 

 

카본 섬유와 카본 복합재

흔히 카본 자전거라고 하면 카본복합재 자전거를 말한다. 카본복합재(Carbon Composite)는 카본섬유와 에폭시 레진을 섞어서 만든 재료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된다. 우리가 보통 기사에서 접하는 카본은 강철의 4분의 1무게이며 강철보다 3~10배의 힘을 견딘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본으로 만든 자전거 프레임은 강철 자전거의 4분의 1무게로 적어도 3배 이상은 강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물성치를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카본은 단방향의 카본 섬유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카본섬유와 에폭시 레진을 함께 섞어서 구워낸 카본 복합재는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진다. 복합소재에 대한 의문점은 대부분 섬유보다는 함께 섞는 에폭시 레진과 제조방법에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에폭시 레진을 어떤 종류의 것을 쓰는가와 구워낸 복합재 안에 에폭시 레진이 얼마만큼 함유되어있는가, 구워낼 때 쓰인 압력은 어떻게 되는지, 적층각도는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복합재의 성질을 결정한다. 그래서 카본 복합재는 천의 얼굴을 가지며 복잡하다.

그래서 기계공학를 전공한 분들 중도 카본복합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이는 카본복합재가 여전히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 보다 가볍지만, 그 외의 사실에 있어서는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철 또는 비철금속 소재가 찌그러지는 것과 달리 카본에 가해진 손상은 크랙으로 드러나지만, 미약한 경우 드러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은 상태로 악화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음으로써 걱정거리를 키우기도 하는 것이다. 

 

카본 프리프레그 원단

카본 자전거를 만들 때에는 이와같이 원단의 형태로 되어있는 프리프레그를 사용한다. 한쪽 방향의 카본섬유에 에폭시 레진이 일정한 비율로 발라져 있어서 재단이 용이하고 형태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장점을 가진다. 이렇게 단방향의 섬유원단을 유디 프리프레그(UD, Uni-Directional Prepreg)라고 한다. 이외에도 수직, 수평으로 직조되어있는 1K, 3K 등의 원단도 있다.

 

 

카본 스토리 연재를 용감하게 결정하다.

카본스토리를 연재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이나 신뢰, 반대로 혐오감이나 막연한 의심을 조금이라도 해소해보고자 했다. 왜냐하면 전체 자전거 시장에서 카본은 한발자국 더 우리들에게 다가와있고 더 이상 무시하거나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공기에 주로 쓰이던 소재가 전기자동차, 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탈 것으로 적용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소재 가격도 과거보다 저렴해지고 있다.

그래서 카본 자전거나 카본 부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당장 선택하지는 않더라도 카본이란 소재가 워낙 재미있는 소재이므로 이야기 거리는 넘친다. 필자가 재료공학을 전공한 전공자도 아니므로 학술적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직접 카본소재로 자전거 부품을 만들면서 현장경험을 쌓았던 것이 용기를 내게 해주었다.

 

BMW 전기자동차 차체에 들어가는 카본 복합재

BMW 전기자동차의 뼈대로 들어가는 카본 복합재로 강철의 강도를 가지지만 알루미늄의 절반 무게를 구현하였다. 대량생산될 차량에 카본이 쓰일 정도로 카본은 일상생활에 한발자국 더 다가왔다. 카본은 안전성과 경량화라는 친환경 탈 것에 있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먼저 카본을 맛보고 경험하자.

카본이 어떤 소재인지 잘 모를 때 가장 좋은 것은 먼저 카본자전거를 경험하는 것이다.  카본 프레임이나 카본 휠이 너무 비싸다면 카본 핸들바나 카본 싯포스트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분명 다른 느낌과 경험을 전달해준다.

세상에는 카본 자전거와 부품을 만드는 다양한 회사가 있다. 초기 카본 프레임은 쉽게 크랙이 발생하고 드랍아웃 연결 부분에서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단점이 있었다. 제품도 다양하고 만드는 곳도 다양하므로 초기 사용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경험을 많이 안겨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검증된 카본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제조사나 수입사의 A/S도 끝까지 책임지는 분위기로 좋아지고 있어서 안심하고 카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3T 카본 로드레이서용 핸들바

카본 자전거는 여전히 값비싼 장비이다. 그러므로 핸들바나 스템, 싯포스트 등 일부 부품만 카본으로 바꾸어보는 것도 카본을 이해하는데 좋은 접근방법이 될 것이다. 사진은 로드용 카본 핸들바인데 장착 후와 장착 전의 느낌이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한쪽의 소재가 우월하다는 자세보다는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카본이 항상 최고는 아니다.

우리는 소재이전에 자전거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카본 자전거라고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알루미늄이나 크로몰리, 티타늄 등의 자전거도 그 용도와 쓰임새에 있어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좋은 자전거인 셈이다. 소재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으며 우리 인간에게는 항상 고마운 존재이다. 문제는 그 각각의 소재를 가지고 목적에 맞게 자전거를 잘 만들었느냐이다. 카본으로 자전거와 자전거 부품을 만들며 회사를 운영하고 국책과제를 수행했던 필자도 잘 만든 알루미늄 자전거나 크로몰리, 티타늄 자전거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전거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떤 소재로 만들더라도 좋은 자전거는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카본 자전거의 광고 문구 중에 '항공기 제조 기술을 적용했다.'던가, 'F1 레이싱카의 기술이 접목된 자전거' 등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다. 항공기 제조 기술과 F1 레이싱카의 제작 기술은 사실상 자전거의 제조기술과 비교하여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더 많다. 엄밀히 말해 자전거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자전거에 먼저 얼만큼 충실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도록 하자.

 

쉰델하우어 루드비히 XI 자전거

카본 자전거뿐만 아니라 잘 만든 알루미늄 자전거에서도 아름다움이 있다. 자전거와 소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는가를 먼저 보면 자전거 선택에 있어서 기준이 될 것이다. 사진은 독일의 쉰델하우어 자전거로 알루미늄 프레임에 벨트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하여 기본기에 충실하였다.

출처.http://www.schindelhauerbikes.com/

 

 

오토클레이브 장비

사진에서 보는 오토클레이브 장비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로 항공기 부품이나 F1 레이싱카의 부품을 만들 때 많이 쓴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필요한 자전거 부품을 제조하는데 있어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먼저 장비가 고가이고 무엇보다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비이기 때문이다. 소량으로 제조하는 프리미엄 카본 자전거 브랜드 중에는 오토클레이브를 이용하기도 한다.

 

 

카본과 수분

지난 2월호에는 카본 자전거를 즐기는데 있어서 주의할 점에 대해 기술하였다. 소재에 있어서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카본자전거가 물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썼으나 그 기사를 보신 전문가분들께서 이 부분을 정정해 주셨다. 카본복합재의 에폭시 레진은(Epoxy Resin)은 방수재로 쓰일 정도로 물에 강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즐기는데 있어서 카본이 물과 닿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 오해를 풀고자 한다.

우천시나 진흙탕을 라이딩했다면 싯포스트를 빼고 자전거를 거꾸로 세워놓는 것만으로도 물기는 잘 빠진다. 2013년 독일 큐브의 카탈로그를 보았더니 자전거를 뒤집어 거치해놓고 물세차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수분이 카본복합재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로 세차하고 있는 카본 자전거

카본 복합재에 쓰이는 에폭시 레진은 방수재로 쓰일 정도로 물에 강하기 때문에 물로 세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차 후에는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한데 자전거 부품 중에 부식에 상대적으로 약한 부품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독일의 자전거 큐브의 2013 카탈로그에 나온 것으로 자전거를 거꾸로 거치하고 물로 세차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드릴 분들

필자는 공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글을 쓰는데 있어서 주저함과 두려움도 많았는데 인터넷 아이디 '천재소년'님이 많은 부분에 있어서 수정을 도와 주었다. 카본섬유를 개발하는 모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의 복합소재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집필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늦은 밤시간이나 휴일도 가리지 않고 도움을 주셨다. 또한 함께 공장에서 밤낮으로 카본이란 알쏭달쏭한 소재와 씨름했던 회사 임직원 여러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R&D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카본 자전거 연구기회를 주었던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감사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재를 읽어주신 자전거생활 독자분들께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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