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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월호 자전거생활 기고문 

컬럼제목 : Carbon Story

 

제목 : 카본 자전거의 특성과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부제 : 카본 복합재 자전거를 탄다면 먼저 알아두어야 할 지식

 

머리글 : 가볍고, 스타일 좋고, 성능 좋은 고가의 카본 복합재(Carbon Composite) 자전거는 과연 장점만을 장착한 만능일까? 카본복합재, 조금 어려운 이 신소재는 뛰어난 성능만큼 예민하고 섬세하다. 때문에 카본 복합재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조금만 주의해서 연인처럼 관리한다면 우리는 관리비용 절감과 함께 최대한 안전하게 라이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카본 자전거의 성격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 주변에서 쉽게 발생하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애지중지하던 카본 자전거가 파손된다면 큰 상실감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라이더의 안전을 지켜주고 카본 자전거만 파손되었다면 그 자전거는 역할을 다한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곤 한다. 사진은 전방 충돌로 인하여 헤드 부분이 파손된 타임트라이얼(TT)용 자전거로 다행히 라이더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카본 자전거는 넘어지기만 해도 금이 간다?

다음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180cm에 체중 80kg이 넘는 건장한 라이더가 크로스컨트리 오프로드 코스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카본 MTB로 격렬한 라이딩을 했다. 말이 크로스컨트리지 올마운틴에 가까운 거친 코스였다. 라이딩을 끝내고 라이더들은 산 아래 순두분 전문점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꿀맛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다가 부주의하게 세워 놓았던 자전거들을 살짝 건드려 여러 대의 MTB가 모두 함께 넘어지게 되었다. 그 중 한대의 카본 자전거 프레임에 크랙(crack), 즉 금이 갔다. 80kg 체중과 비포장 도로의 불규칙한 노면의 충격을 견뎌내었던 자전거 프레임이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크랙이 생겼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꺼내자면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부주의하게 세워놓은 카본 프레임이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금이 가고 크랙이 생기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한두 푼도 아니고 웬만한 중고차 한대 값의 카본 자전거가 이렇게 허망하게 손상된다면 카본 자전거는 정말 약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게다가 카본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본 복합재는 무죄다. 카본 복합재는 동일무게일 때 철과 비교하여 6배의 강도를 갖는다고 했기에 굉장한 소재임에 분명하다.

카본 복합재는 기술적으로, 마케팅적으로 경량화라는 분명한 목표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카본 프레임은 매우 가벼워지고 카본 프레임 단면의 두께는 무척 얇아졌다. 일반적으로 카본프레임에서 가장 얇은 부분은 UD카본시트가 6장 정도 겹쳐져 있다. 6장의 두께는 약 1mm 정도로 매우 얇다. 이 얇은 외벽에 뾰족한 돌이나 곁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의 튀어나온 부품과 부딪힌다면 그 자리에는 크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50mm 높이의 카본 클린처 림의 단면이다. 측면(Sidewall)의 두께는 1mm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카본 섬유는 전체적으로 가느다란 섬유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충격이 분산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견뎌낸다. 즉 라이더가 오프로드의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고 할 때에는 80kg의 체중일 실렸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인 충격을 타이어, , 스포크, 서스펜션, 핸들바 등과 함께 카본 프레임이 충격을 견디어 낼 수 있다. 프레임의 다이아몬드 형상도 한몫 하지만, 카본 섬유가 여러 방향으로 길게 연결되어 높은 인장강도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만히 서있던 자전거가 넘어지게 되어 뾰족한 돌에 부딪히는 경우에는 크랙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국소부위에 집중하여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같은 금속의 경우에 소재가 힘을 받았을 때 변형에 대해서 탄성구간(복원되는 구간)과 소성구간(복원되지 않고 찌그러지는 구간)으로 나누어지는데 충격 후 탄성구간을 넘어서 소성구간에서 멈춘다면 찌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소성구간을 넘어서는 충격을 받으면 알루미늄도 찢어지고 만다. 그러나 카본의 경우 탄성구간만 존재하므로 다시 복원되거나 깨지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찌그러지는 소성구간이 없는 것이다. 알루미늄이나 스틸(Steel)이었다면 찌그러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위가 카본에서는 크랙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재의 특성으로 보았을 때에 카본의 탄성구간이 보다 길기 때문에 알루미늄 등의 금속이 찌그러지는 상황에서도 카본은 찌그러지지 않고 멀쩡하게 원형이 복원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시각적으로는 깨지는 것보다 찌그러지는 것이 안전해 보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으나 두 가지 모두 안전한 라이딩을 위해서라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내 자전거에서 이러한 현상을 발견하였다면 라이딩을 중단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바이크를 세워놓을 때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아예 눕혀놓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국소부위에 충돌하는 물체를 견뎌내기 위하여 카본 제품 안쪽에 알루미늄 튜빙을 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 없이 카본으로만 제작 되었다는 풀카본(Full Carbon Fiber)의 매력은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항상 강하게 어필하여 왔으므로 카본만으로 최대한 제조하려는 것이 업계의 추세이다. 또한 알루미늄 부분을 최소화하고 카본섬유 위주로 제조하는 것이 경량화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현존하는 가장 큰 여객기 A380이다. 현재 대한항공에도 도입되어 운행 중이다. 사진은 에어버스사가 2007년도 에어쇼에서 시연했던 장면이다. (출처. 위키백과 http://en.wikipedia.org)

 

 

A380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재료가 쓰였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카본섬유도 많이 쓰였지만 유리섬유와 알루미늄 복합재도 동체를 이루는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처. 플라이트 글로벌 http://www.flightglobal.com)

 

 

 

A380의 소재를 분석한 그림에서 노란색 부분이 글래어(Glare)이다. 글래어는 하이브리드 복합재(Hybrid Composite) 중의 하나로 유리섬유층과 알루미늄층이 겹겹이 쌓여서 복합재를 이루고 있다. (출처. http://www.nature.com)

 

 

카본 자전거는 열에 약하다?

로드바이크 매니아인 동호인 이군은 큰마음 먹고 장만한 카본 휠셋을 장착하고 20km 내리막 코스를 고속으로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여러 번 잡았다. 그러나 내려오고 나서 살펴보니 카본휠의 브레이크 패드가 닿는 부분이 녹은 듯한 변형이 일어났다. 가능한 상황이다.

카본 복합재는 카본섬유와 에폭시 수지(레진)로 이루어져 있다. 에폭시 수지는 액체상태의 고분자 열경화성 수지로서 딱딱하게 굳어진 후에는 다시 액체인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고분자의 열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TG(유리전이온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자전거제조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는 130도에서 경화가 이루어진다. 이 온도를 넘어서게 되면 한번 경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수지가 순간적으로 말랑말랑(Soft)하게 변하는데 이때 물리적인 힘이 가해진다면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마치 카본 복합재가 녹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카본 프레임이나 카본 림 역시 카본 복합재로 이루어져서 에폭시 수지를 카본 섬유와 함께 금형에 넣고 굽는다. 이 굽는 과정을 큐어링(curing)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130도의 온도에서 1~2시간 동안 큐어링을 하게 된다. 만일 라이딩 하는 과정에서 그 이상의 온도가 카본 프레임이나 카본 휠에 발생하게 되면 그 부분의 조직은 손상을 입게 된다. 더욱이, 한번 변형이 일어난 조직은 다시 재생할 수 없는데다가 강도 역시 다른 부분과 비교하여 낮아지기 때문에, 이것은 라이더의 안전에 지장을 주는 손상이라고 할 수 있다.

로드바이크 매니아라면 한적한 내리막길을 시속 60~80km의 엄청난 속도로 달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브레이크를 너무 길게 잡아주게 되면 카본 림의 표면 온도는 어느덧 130도를 훌쩍 넘는다. 이렇게 경화온도를 넘어서는 고열이 발생하면 카본림을 이루고 있는 카본 복합재 조직은 손상이 되어 카본섬유가 이리저리 밀리고 카본림 표면이 살짝 녹은 듯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카본휠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조사가 추천하는 브레이크 패드를 사용하여야 하며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을 경우에도 표면이 냉각될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끊어서 잡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 물론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는 풀브레이킹을 해야겠지만, 평소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고 브레이크를 심하게 잡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라이딩하는 습관이 필요하겠다.

 

오버히팅 현상으로 손상된 카본 휠의 조직이다. 내리막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지속적으로 잡게 되면 브레이크 패드와 카본 휠이 만나는 부분에 고열이 발생하는데 그 온도가 카본 복합재의 경화온도를 넘어서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직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카본 자전거는 수분에 약하다?

그간 발표된 학계의 논문에 의하면 카본 복합재는 수분이 침투하였을 경우에 물성치가 변화하며 결과적으로 강도가 약해진다고 한다. 어느 정도 약해지는지 그 정도에 대해서는 실험데이터 등의 결과가 분분하고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과연 그럴까? 카본섬유 자체에 수분이 들어가서 좋을 것도 없지만, 카본 프레임에 사용하는 에폭시 수지는 방수재료로 사용될 만큼 수분에 강하다. 수분흡수력 테스트에서 가혹한 환경(압력솥의 찜통 같은 환경, 오토클레이브라는 장비를 이용한다.)에서 일주일 간 스팀에 쪘을 경우에도 수분흡수율은 무게 대비 8%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이것도 카본 제품의 표면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카본재료의 절단면으로 흡수되었는데 자전거의 경우에는 절단면 자체가 노출되지 않거나 아예 없으므로 결론적으로 수분에 대한 큰 영향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비가 오거나 진흙탕에서 카본 자전거로 라이딩할 때에서 자전거가 비에 젖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젖지 않으니까. 그래도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이 우천시 라이딩을 하였다면 자전거를 습한 곳에 보관하지 않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낫다. 하루나 이틀이면 자전거의 물기는 모두 제거된다.

 

카본 프레임의 알루미늄 부분이 카본과 잘 붙지 않는다?

가능한 이야기이다. 카본 프레임에는 뒷바퀴, 뒷변속기를 조립하는 부분인 드랍아웃과 비비쉘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는데, 그 부분은 카본보다는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기능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카본과 단단하게 접착이 되어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루미늄과 카본의 접착 면에 분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구입한지 5년 이상 지난 카본 프레임이나 격렬하게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라이딩 전후에 카본과 알루미늄이 접착된 부분에 유격이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라이딩을 위하여 바람직한 자세가 되겠다.

이종재료와의 접합문제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나타난 문제이지만,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극복되고 있다. 거대한 LNG선박의 경우에도 에폭시 접찹재를 이용하여 접착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접착재의 강도문제는 없다고 정의하여도 좋겠다. 다만 제조공정에서 알루미늄 부품과 카본과의 접착 시에 회사의 품질관리 상에 허점이 발생하여 알루미늄 표면에 기름이 남아있다던가 작업자의 손에 있는 기름기가 묻게 되거나 배합한지 오래된 접착재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일이 공장의 품질관리 상태를 알 수가 없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카본 제품의 품질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졌으므로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카본의 크랙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카본은 4~10장의 카본시트를 서로 다른 각도로 적층하여 만들기 때문에 여러 겹의 카본시트가 단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 경우에 크랙이 발생하지 않고 겉보기에는 멀쩡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접착되어있는 여러 겹의 카본시트들이 서로 들고 일어나 구조적으로 약해져 있을 수 있다.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을 경우에는 충격을 받은 부위를 손으로 눌러보면서 체크한다. 만약, 주변부보다 쉽게 들어가거나 눌러진다면 안쪽 카본조직의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겹의 카본시트들이 서로 붙어있지 못하고 떨어지는 현상을 딜라미네이션(Delamination)이라고 한다. 이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들을 찾아내기 위하여 항공산업에서는 엑스레이, C-Scan(초음파탐상검사)을 이용한 검사를 하기도 한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자신의 자전거를 라이딩 전후에 관찰하고 라이딩 중에도 평소와 다른 느낌이 전달되는지 느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며

이번 호에서는 최고의 신소재로서 만능일 것만 같은 카본 자전거의 색다른 측면을 조명해보았다. 이러한 특성들이 카본자전거의 어떠한 단점이라고 하기보다는 카본 복합재로 만든 자전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카본 복합재는 이러한 특성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이해하고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소중한 자전거와 함께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부족한 원고를 끝까지 읽고 부족한 부분을 상세하게 수정하여 주신 인터넷 아이디 천재소년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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