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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자전거생활 원고

 

제목

재미로 보는 각 나라의 전기자전거 법규

 

부제목

다양한 전기자전거만큼 법규도 가지가지 

 

머리글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기자전거 업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내심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연재에서는 각국의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딱딱한 표와 전문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가볍게 살펴봄으로써 그 다름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글를 구성해보았다.

 

전기자전거에 적용되는 법규

전기자전거 법규는 법 적용 대상에 따라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전기자전거라는 제품에 대한 법규로 안전한 제품 인증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이다. 두번째는 전기자전거의 사용에 대한 법규로 예를 들어 전기자전거를 어디에서 탈 수 있는가에 대한 법규이다.  제품과 사용이라는 두가지 측면의 법규는 관할하는 곳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품에 대한 법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으며 사용에 대한 법규는 안전행정부가 맡는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과 각 주별로 법규가 다르고 유럽은 유럽연합법과 각 나라의 법규가 다르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형식과 안전을 규정한 법과 도로교통법과 같이 사용에 대한 법이 따로 있다.

 

 

독일의 전기자전거

연간 40만대의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은 가장 빠르게 전기자전거가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에 하나다. 독일에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고 연령제한이 없으며 면허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등록절차나 보험 가입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비용적인 부담이 적다. 전기자전거를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보고 장려하는 법규의 도움으로 독일에서 전기자전거의 인기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바로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의 장점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자율안전확인을 받으면 제조나 수입을 통한 판매가 가능하다. 이륜차로서 형식승인을 받지 않아도 도로를 달릴 수 있다.  형식승인이 필요한 오토바이의 경우 제조자나 수입업자는 진동, 소음, 배기가스 등의 인증을 받아야 판매할 수가 있다. 오토바이의 소비자는 구입 후 등록 및 번호판을 장착해야 하고 보험에 들어야 만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다른 이륜차와 비교해보면 전기자전거는 이와 같은 절차가 생략되며 소비자가 구입과 동시에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헬멧은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2009년에 전기자전거에 대한 제품안전기준을 위해 그 요구사항을 EN15194 규격에 담았다. 2009년을 계기로 유럽의 전기자전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기자전거와 헬멧착용 

전기자전거를 탈 때에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 전기자전거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 독일과 네덜란드, 일본은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착용을 해야 한다. 오레곤 주는 만 16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만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만 16세 이상은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 

(사진. Richard Masoner)

 

 

전기자전거의 연령제한과 면허

우리나라는 면허가 있어야만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 16세 이상이면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만 16세의 연령제한이 있는 셈이다. 면허는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것이면 된다. 1종 면허와 2종 보통면허도 가능하다. 

영국은 만 14세 이상이어야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면허는 없어도 된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은 연령제한이 없으므로 어린이도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일본은 전기자전거를 탈 때 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은 주 별로 연령이 다른데 만14~16세 이상이 되어야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 대부분의 주가 면허 없이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고 있다.

 

 

2014 유로바이크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린이

많은 나라에서 전기자전거는 만 14세~16세 이상이라는 연령의 제한이 있다. 엄격하게 보면 사진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린이는 제한 연령 때문에 타서는 안 되는 상황이지만 유로바이크의 테스트 트랙이라는 제한된 공간이기에 이 어린이는 전기자전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전기자전거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어린이일 수도 있다. 

(사진. 유명우)

 

 

전기자전거 자체가 불법인 나라들

미국은 연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연방법으로 전기자전거를 규정하고 있으나 주 별로는 전기자전거 법규가 다르다. 뉴욕시와 뉴욕주의 경우에는 전기자전거 자체가 불법이어서 전기자전거를 도로에서 탈 수 없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이 발견되면 뉴욕경찰은 벌금을 부과하고 전기자전거를 압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뉴욕시에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는 뉴욕시내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라이더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은 주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데 경찰은 이들을 엄격하게 제지하지 않는다. 보행자를 위협하는 전기자전거들은 경찰에 의해 압수를 당하기도 하는데 도심에서 음식물을 배달하는 전기자전거들이 대상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가장 큰 전기자전거 소매샵 중 하나가 뉴욕시에 있는데 그 샵의 이름은 뉴욕시티휠즈(New York City Wheels)이다. 이 사실만을 놓고 봐도 미국의 전기자전거 법규와 현실 간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남동부의 도시 선전(Shenzhen) 50만대의 전기자전거가 도심에서 운행되고 있었으나 2011년에 도심진입을 금지했다. 전기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홍콩도 전기자전거 자체가 불법이어서 도로나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없다.

 

 

뉴욕시내의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가 불법인 뉴욕시에도 전기자전거는 돌아다닌다. 뉴욕시에서 한겨울에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음식물을 배달하기 위한 전기자전거이다.

(사진. Billie Ward)

 

 

뉴욕의 전기자전거 전문샵 뉴욕시티휠즈 

미국에서 가장 큰 전기자전거 전문 소매샵 중 하나인 뉴욕시티휠즈다. 오프라인 매장은 크지 않지만 온라인쇼핑몰은 크게 활성화 되어있다. 전기자전거가 불법인 뉴욕시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이 흥미롭다. 

(출처. www.nycewheels.com)

 

 

전기자전거의 속도 제한

우리나라 전기자전거의 최고 속도는 시속 30 km이다. 그렇다면 전기자전거로 시속 30 km 이상은 달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일까? 여기서 말하는 속도 제한은 전기자전거의 속도가 시속 30 km에 이르면 자동으로 모터에 들어가는 전력이 끊긴다는 이야기이다. 전동모터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모터의 도움이 없이 승차자의 근력으로 속도를 더 내고자 한다면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사이클의 경우에 시속 40 km 이상은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전기자전거도 라이더에 따라 그 이상의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속도제한은 전동시스템이 더 이상 밀어주지 않는 속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도로교통법에 의해 최고시속으로 정하기도 하므로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전기자전거의 선진국인 유럽은 시속 25 km, 일본은 24 km이다. 미국은 연방법에서 정한 시속 36 km로 제한하고 있는 곳이 많다. 넓은 땅덩이답게 미국은 전기자전거의 최고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출퇴근 보다는 주로 레저용으로 발달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 본다. 중국은 최고 시속이 20 km로 제한되어있다. 중국에는 1억 대가 넘는 전기자전거가 있다고 하며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전기자전거를 합친 것보다도 몇 배나 더 많은 전기자전거가 돌아다니고 있다.

 

 

전기자전거의 출력 제한

전기자전거의 출력은 일의 양을 나타내는 와트(Watt)로 표기하는데 이것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330와트이고 미국은 연방법에서 정한 750와트를 따르는 주가 많다. 전기자전거가 활성화된 곳으로 유명한 포틀랜드시는 오레곤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의 최고출력은 1,000와트이다.

1와트가 약 0.00134마력(Horsepower)을 의미하므로 330와트는 0.44마력이고 750와트는 약 1마력이다. 이론적으로 미국에서 750와트의 전기자전거를 타면 말 한 마리가 끄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250와트의 출력제한을 두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의 지위를 획득하여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으므로 전기자전거에 대한 출력과 최고 속도에서 보수적인 면이 있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에는 200와트로 더 적은 출력을 가져야만 전기자전거로 인정이 된다. 주로 250와트의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는 제조자 입장에서 영국과 호주는 까다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같은 영연방 국가이지만 뉴질랜드는 300와트이다. 

 

 

우리는 왜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가?

포틀랜드 주립대학 교통연구 및 교육센터(Portland State Transportation Research and Education Center)에서 만든 인포그래픽이다. 전기자전거의 장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전기자전거를 타게 되면 일반자전거보다 더 자주 이용하게 되고 더 멀리 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기자전거를 탄다. 

(출처. www.BikePortland.org)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는 나라들

유럽연합의 대부분 국가들과 일본에서는 전기자전거로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간주한다는 이야기가 되어서 자전거의 장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으며 등록하지 않아도 되고 보험에 들지 않아도 된다. 여러모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일본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으며 심지어 인도를 지나갈 수도 있다. 도쿄의 경우에 아이를 앞뒤로 두 명이나 태우고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는 법안이 2008년에 통과되었다. 오전에 엄마와 아이 둘 이렇게 세 명이 한대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에 가는 모습을 도쿄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은 마찬가지로 주 별로 상황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자전거가 활성화되어 있는 오레곤주와 같은 곳에서는 전기자전거도 활성화되어 있으며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도로에서 전기자전거를 탈 수 없으나 최근 법개정과 관련해서 공청회가 열리고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멀지 않아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리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를 두명 태울 수 있는 일본의 전기자전거 

앞뒤로 아이를 둘이나 태울 수 있는 일본의 자전거이다. 이러한 자전거를 일본에서는 '마마차리(Mamachari)'라고 한다. 마마(Mama)와 채리엇(Chariot)을 합친 것으로 '엄마'와 '마차'의 일본식 합성어다. 주로 여성이 치마를 입고 타고 내리기 쉽고 아이를 태우거나 짐을 싣기 편리하게 설계된 자전거를 말한다. 모든 마마차리가 전기자전거는 아니지만, 아이를 둘이나 태우는 용도의 마마차리라면 큰 힘이 필요하므로 유독 전기자전거가 많다. 실제로 일본정부에서 아이를 둘 태우는 것을 안전상의 이유로 금지하려고 할 때 엄마들이 반대데모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출처. www.tokyobybike.com)

 

 

스로틀 방식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들 

손잡이에 부착된 레버를 누르거나 돌려주는 것만으로 전기자전거가 움직이는 방식을 스로틀(Throttle) 방식이라고 한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엔진에 연료주입량을 조절하는 스로틀 밸브 조작방식과 유사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발은 가만히 있어도 손가락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는 마치 오토바이나 스쿠터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편리해 보이는 이 스로틀 방식을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다.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의 지위를 확보하여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는 유럽과 일본은 스로틀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만일 유럽이나 일본에서 스로틀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관청에 등록하고 번호판을 달아야 하며 보험에 들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다. 스로틀 때문에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스로틀 방식 대신 페달을 돌리는 신호를 받아 전기모터가 구동되는 방식을 페달 어시스트(Pedal Assist) 방식이라고 하는데 유럽과 일본은 페달 어시스트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국, 중국은 스로틀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구입시에 스로틀을 꼭 필요로하는 라이더라면 이 기능이 제공되는지 주의 깊게 보자.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로틀 기능 여부가 전기자전거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 페달 어시스트 방식으로도 전기자전거의 편리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 중 과반수 이상은 스로틀을 필요로 했다.

 

 

전기자전거의 스로틀 버튼 

전동시스템으로 유명한 바이오넥스(BionX)의 스로틀 버튼이다. 빨간색 버튼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는 것만으로 전기자전거는 경쾌하게 출발한다. 

 

 

마치며

지금까지 다양한 전기자전거만큼이나 다양한 법규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다. 이렇게 나라별로 다양한 이유는 전기자전거라는 이동수단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법규도 다양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기자전거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전기자전거로 자전거도로를 달린다고 당장 단속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달리고 있는 전기자전거를 단속하는 경찰을 만나기도 힘들다. 전기자전거를 경찰이 세우고 면허증을 검사하거나 신분증을 통해 나이를 확인하는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는 그 책임을 묻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코스프레를 하며 달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자전거 사용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므로 그에 걸 맞는 법제도도 조만간 정비되리라 믿는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일본과 같은 나라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 전기자전거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세대 개인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에 대한 우리시대의 고민이 전기자전거라는 화두에 그대로 담겨있는 셈이다. 나라별 법규를 우리가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전기자전거에 각국의 다양한 고민이 담겨있다는 사실은 기억에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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