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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호 자전거생활 원고 


제목. 전기자전거로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것들

부제목. 대륙횡단, 잔디깎기 비즈니스, 세계적 업힐대회 출전, 디지털 유목민 되기 등 

 

머리글.

지난 호에 이어 개인들이 직접 만든 전기자전거를 소개한다. 이번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전기자전거들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북미대륙을 횡단하거나 잔디깎기로 대학등록금을 벌거나 세계적인 업힐대회에 출전하여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거나 디지털 유목민이 된다. 무언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기자전거는 단순한 탈 것을 넘어 이렇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캐나다 대륙 횡단 전기자전거 

저스틴 르미어 엘모어(Justin Lemire Elmore) DIY 전기자전거의 선구자다. 그는 사이클 애널리스트(Cycle Analyst)라는 전기자전거용 컴퓨터를 만들었으며 이것을 많은 전기자전거 DIY 매니아들이 사용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의 휴먼인터페이스로 속도계처럼 핸들바에 장착하여 전기자전거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자전거의 속도 뿐만 아니라 구간별 전기 사용량, 모터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저스틴은 2008년 자신이 만든 전기자전거로 두 달 동안 6,500km를 달려 캐나다 대륙을 횡단한다. 하루평균 약 100km를 달린 셈이다. 두 달간의 기록을 엔들리스스피어(Endless-sphere.com)라는 포럼에 생중계하였으며 때로는 중간 기착지에서 그를 응원하는 포럼의 회원들이 배푸는 잠자리와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생면부지였던 사람들이 전기자전거라는 인연으로 만나 기꺼이 자신의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대륙횡단에 사용된 전기자전거는 앞 바퀴에 허브모터를 장착하고 생활자전거를 리컴번트식으로 개조한 것으로 저렴하게 제작되었다. 여행 중에 바퀴가 고장 났을 때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찾아낸 자전거바퀴로 여행을 계속하기도 했다. 고가의 첨단 장비와 돈에 의존하지 않고 불편함을 벗 삼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준비를 통해 캐나다 대륙 횡단이라는 큰 일을 해냈다

 

캐나다를 횡단한 저스틴의 전기자전거
저렴하게 직접 만든 전기자전거로 캐나다 횡단에 성공한 저스틴은 두 달 동안의 여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출처. www.endless-sphere.com

 

 

쓰레기 더미에서 자전거휠을 구하는 저스틴
캐나다 횡단 도중 자전거휠이 망가지자 수리를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대체할 바퀴를 찾아 남은 여정에 사용했다. 저스틴은 럭셔리 여행이 아니라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면서 여행을 했다.

 

 

캐나다 횡단 종착지에서 다이빙

캐나다의 서쪽 끝인 밴쿠버에서 동쪽 끝 할리팩스까지 횡단에 성공한 후 최종 종착지에서 다이빙하는 저스틴의 연속 사진이다. 두 달간 6,500km를 달려 대륙 횡단에 성공한 그는 밴쿠버로 돌아올 때에 기차를 이용한다. 

 

 

전기자전거로 제공하는 잔디깎기 비즈니스

쉘비 젠킨스(Shelby Jenkins)는 미국 텍사스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다. 전기공학이 전공인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잔디깎기를 하고 있다. 5달러부터 시작하는 잔디깎기를 위해 그는 무거운 잔디깎기 기계를 자동차로 옮기는 대신 전기자전거에 장착한 트레일러로 옮기고 있다. 지금까지 16,000 km의 거리를 차 대신 전기자전거로 이동함으로써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을 주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한번 충전에 전기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96km에 달하기 때문에 먼 거리에 위치한 고객의 요청도 받아들여 잔디를 깎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덴톤 그린 컷(Denton Green Cut)이라고 하는 그의 비즈니스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을 받는다. 쉘비의 다음 프로젝트는 전기로 작동하는 잔디깎기를 만드는 것이다. 모양이 깔끔하거나 아름답진 않지만, 쉘비의 전기자전거는 시속 48km로 달릴 수 있으며 USB 충전포트를 갖추고 내리막길에서는 배터리가 충전되는 회생충전기능(Regenerative Mode)까지 탑재하고 있다.

2011년 쉘비라는 젊은 청년이 전기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엔들리스스피어 포럼에 문을 두드리자 많은 사람들이 컨트롤러의 제작, 배터리 배치 등 만드는 과정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큰 도움을 주었다그의 전기자전거는 원대한 꿈보다 현실에 기반한 작은 실천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다

 

 

잔디깎기를 위한 전기자전거 

덴톤 그린 컷(Denton Green Cut)이라 불리운 잔디깎기 비즈니스를 위해 탄생한 이 전기자전거는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쉘비는 이 전기자전거에 트레일러를 연결하여 잔디깎는 기계를 싣고 다니며 대학등록금을 벌고 있다. 예약은 인터넷을 통해 받고 있다. 

출처. www.dentongreencut.com

 

 

자신의 전기자전거와 포즈를 취하는 쉘비 젠킨스

환하게 웃고 있는 전기공학도 쉘비 젠킨스는 잔디깎기로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전기자전거를 직접 만들었다. 

 

 

세계적 업힐 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둔 전기자전거

160만원을 투자한 전기자전거로 1,600만원 가격의 전기자전거를 이긴 사람이 있다. 바로 아담 그리핀(Adam Griffin)이라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엔지니어다. 전기자전거 가격 차이만 열 배다. 취미로 전기자전거를 만들어온 그는 2012년 전기자전거로 업힐 대회에 출전하고자 한다. 파익스 피크(Pikes Peak)이라는 세계적인 이 대회는 1916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92회를 맞을 정도로 전통이 깊다해발 약 2,8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여 4,200미터 지점까지 약 20킬로미터의 오르막 길을 주행하는 경기다. 체급별로 튜닝한 고성능 스포츠카들도 출전을 하는데 아담이 출전한 분야는 전기자전거 클래스다

파익스 피크의 업힐 경기에서 2007년부터 수년간 우승을 해온 전기자전거는 단연 옵티바이크(Optibike)로 가격은 1,600만원에 달한다. 전기자전거의 산악왕으로까지 불리우던 옵티바이크였다. 2012년 경기에서 160만원을 투자하여 집에서 만든 전기자전거가 옵티바이크를 제치고 3위를 기록한 것은 큰 이슈가 되었다. 그는 업힐에서 쉽게 뜨거워지는 모터를 식히기 위한 냉각시스템을 연구하였고 그 결과 오일 냉각 시스템(Oil-Cooling System)을 채택하여 성공적인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1위와 2위를 기록한 삼륜 리컴번트 전기자전거를 빼면 사실상 우승은 아담의 것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기능성 라이크라(Lycra) 수트를 입고 업힐에 임하는 전문적인 선수들과 달리 며칠 휴가를 내고 경기에 임한 아담은 집에서 입던 헐렁한 흰색 나이키 면티를 입고 출발선에 섰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아담이 3위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균 시속 56km로 가파른 업힐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 가혹한 레이스에서 그의 도전과 성적은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DIY 전기자전거 분야에서 회자되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아담 그리핀이 직접 만든 전기자전거 

160만원을 투자한 자전거로 2012년 세계적인 힐 클라임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다. 

출처. www.electricbike.com

 

 

힐 클라임 대회의 출발선에 선 아담 

헐렁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이 아담이다. 전문적인 힐 클라임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아마추어로 출전한 아담은 놀랍게도 3위의 기록을 달성한다. 160만원의 전기자전거로 1,600만원의 전기자전거를 이겼다. 

 

 

파익스 피크 힐 클라임대회의 코스

해마다 열리는 파익스 피크 힐 클라임(Pikes Peak Hill Climb) 대회의 코스이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www.ppihc.com

 

 

역주 중인 아담의 전기자전거 

아담 그리핀이 파익스 피크의 힐 클라임 코스를 역주 중이다. 배경으로 자연의 장관이 연출된다. 

 

 

1980년대 원조 디지털 유목민의 전기자전거

스마트폰과 같이 첨단 기술이 집약된 장비가 없던 1980년대 선구적인 디지털 유목민이 있었다. 컴퓨터 컨설턴트이자 작가, 아마추어 무선사였던 스티브 로버츠(Steve K Roberts)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과 장비를 갖추고 미대륙을 횡단한다. 자전거의 이름은 위네비코(Winnebiko)이며 총 주행거리는 2 5천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가 이용한 자전거는 리컴번트를 개조한 것으로 핸들바 키보드, 태양열 전지패널, 무선통신기, 음성인식기, 도난방지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헬멧 등을 장착하여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소통하며 여행 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이렇게 여행이나 모험 중에도 첨단장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을 디지털 유목민(Technomad)이라 불렀다. 스마트폰과 해외로밍이 일상화된 요즘은 누구나 디지털 유목민이지만, 당시로선 신선한 도전이었다

스티브는 미대륙을 횡단하면서 미디어의 조명을 받게 되고 기업과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베헤모스(Behemoth)라는 전기자전거를 마지막으로 만들게 된다. 1991년의 일이다. 18개월동안 베헤모스를 만들기 위해 10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들어갔으며 각종 장비를 추가하다 보니 260kg이 넘는 엄청난 무게를 갖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 전기자전거는 너무 무거워 약 1,600 km를 주행하는데 그치고 만다. 베헤모스는 지금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에 전시되어있다. 특이한 것은 오늘 소개한 전기자전거 중에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전기자전거라는 점이다. 이렇게 무거운 자전거를 스티브 개인의 근력에 의지하여 움직였던 것이다. 전기는 온전히 컴퓨터, 무선통신기, 각종 센서 등을 작동시키는 데에 사용되었다

스티브는 지금도 유목민이라는 뜻을 갖는 '노매드니스(Nomadness)'라는 이름의 보트를 타고 바다에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에서와 같이 각종 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 통신장비 등이 탑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에 귀 기울여 그것으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아 열정을 갖고 행동에 옮겨온 그는 원조 디지털 유목민이자 영원한 유목민으로 남을 것이다

 

 

미대륙을 횡단한 자전거 

스티브 K 로버츠가 타고 미대륙을 횡단한 자전거 위네비코 II(Winnebiko II)이다. 그림은 1987년 라파엘로 드보락(Raffaello Dvorak)이 그렸다. 

출처. www.microship.com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기자전거 베헤모스(Behemoth)

베헤모스는 12억원이 투여된 전기자전거로 현존하는 전기자전거 중에 가장 비싸다. 당시로서는 첨단장비로 무장하여 무게는 260kg에 달한다. 공급되는 전기는 오로지 장착된 각종 전자장비를 작동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페달링 힘에 의존한다. 현재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컴퓨터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출처. www.microship.com

 

 

첨단 장비로 무장한 스티브의 요트 노매드니스(Nomadness)

스티브 K 로버츠의 이동하는 연구소인 요트 노매드니스이다. 스티브가 1980년대 전기자전거로 시작한 디지털 유목민의 생활을 이어받은 요트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항해를 통해 쏟아지는 생생한 저작물을 발표해왔다. 

출처. www.nomadness.com

 

 

마치며

이번 호에서는 전기자전거와 함께 한 엉뚱하고 기발한 일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전기자전거들이 각자의 차고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재미를 더한다. 기상천외한 일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일이 꼭 전기자전거를 통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기자전거든 일반자전거든 두 바퀴가 주는 단출함과 소박함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여행과 모험에 있어서 함께 하고픈 동반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에게 인정 받기 위해 보여주는 삶보다는 자기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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