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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생활 2014 5월호 원고

 

제목 : 커스텀 핸드메이드 전기자전거 

부제목 : 엔지니어링과 예술이 만나는 전기자전거 

 

머리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핸드메이드, 다시 말해 손으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드는 공방이 많이 있다. 공산품에서 먹거리까지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량공급하는 세상에서 수제 자전거란 비효율과 향수, 구시대의 낯선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레임을 손으로 만들어 프레임 빌더(Frame Builder)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자전거이다.  120년이 넘는 자전거의 역사에서 최적화된 엔지니어링, 다양한 스토리와 예술이 만나는 핸드메이드 자전거 공방들은 이제 전기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호에서는 수제프레임과 전기자전거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핸드메이드 프레임과 전기자전거

필자가 2012년 7월에 본지에 기고했던 글에서 '커스텀 바이시클즈(Custom Bicycles, Christine Elliott, Image Publishing, 2010)'라는 책을 소개한 바가 있다. 전세계 40개가 넘는 수제자전거 공방과 회사를 소개하는 책인데 아름다운 자전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제 자전거 프레임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핸드메이드 자전거들은 왠지 자전거에 대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아 전기자전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수작업이 주는 다양함과 자유로움으로 전기자전거에 신선하고 재미있는 기능도 부여했다. 공방의 장점이라면 거대한 자전거 기업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아름다운 전기자전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커스텀 바이시클즈 책표지와 내용 

수제자전거 공방과 회사를 40여 곳이나 소개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핸드메이드 자전거 프레임의 전통은 시간을 이겨내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2014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쇼 

미국에는 2004년부터 계속되어온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쇼가 있다. 이 쇼의 특이한 점은 매년 북미에서 열리지만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개최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North Carolina Charlotte)에서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렸으며 140개 회사와 공방이 참여했다. 2014년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쇼에는 전기자전거가 새롭게 등장했다. 12대의 전기자전거가 최초로 출품되어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비록 출품 첫해여서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이 전기자전거들은 여러 분야의 상을 수상하면서 전기자전거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2014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쇼 로고 

수제자전거만 전시되는 이 전시회는 많은 커스텀 자전거 애호가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등 완성자전거 업계사람들까지 전세계에서 관람객이 모이는 자리이다. 

출처. 2014.handmadebicycleshow.com

 

게이츠 카본드라이브 

커스텀 핸드메이드 전기자전거 프로젝트를 기획한 회사는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Gates Carbon Drive)'라고 하는 벨트드라이브 전문 시스템이다.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는 체인이 점령해온 자전거의 동력전달 시스템을 벨트 드라이브라는 대안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벨트는 체인처럼 링크방식으로 분리 및 연결을 할 수가 없으므로 후삼각에 해당하는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가 분리되어 그 사이로 벨트를 넣어야 하는데 핸드메이드 프레임은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분리형 드랍아웃을 설치해야 하는 요구사항을 유연하게 해결할 수가 있다. 

게이츠 카본드라이브는 보쉬, 바이오넥스, 스램의 3가지 전동시스템을 핸드메이드 공방에 제공했다. 소규모 자전거 회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메이저급 전동시스템을 공급함으로써 공예가 수준의 프레임 빌더들이 최신의 시스템을 장착해 소화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만들었다. 미술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는 프레임 빌더인 작가들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

게이츠 카본 드라이브는 120년 동안 체인이 지배해온 자전거의 동력 전달 시스템에서 벨트 드라이브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만든 게이츠 코퍼레이션(Gates Corporation)은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30개국에 14,000 여 명이 일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설비 등의 동력전달시스템 전문기업이다. 

출처. www.carbondrivesystems.com

 

바베큐 전기자전거 

미국 오레곤 포틀랜드에서 1992년부터 핸드메이드 자전거를 만들어온 제레미 시십(Jeremy Sycip)은 이동식 바베큐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를 이번 쇼에 발표했다. 전기자전거가 있는 곳이 바로 바베큐 파티장이 되는 컨셉의 이 작품은 이번 쇼에서 '최고의 테마 자전거상(Best Theme Bike)'을 수상했다.  

뒷쪽 랙(Rack)에 장착된 패니어(Pannier)에는 맥주와 얼음을 풍족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자전거만 바라봐도 피크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했다. 프레임에는 병따개와 칼이 장착되며 뒷자리를 도마로 사용할 수도 있다. 비비큐 자전거라 명명된 이 전기자전거에는 스램의 전동시스템이 장착되었으며 이 덕분에 무거운 바베큐 장비와 맥주, 얼음 등을 가볍게 실어나를 수 있다. 스램 전동시스템에는 비록 2단이지만 내장기어가 자동으로 변속되어 안정적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바베큐 전기자전거 

핸드메이트 프레임으로 구현한 커스텀 바베큐 전기자전거로 2014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쇼에서 '최고의 테마 자전거상'을 수상했다. 

출처. www.sycip.com

 

카레라 탠덤 전기자전거

미국 오레곤 유진(Eugene)에 위치하고 있는 코모션 사이클즈(Co-Motion Cycles)는 탠덤 자전거에 보쉬 전동시스템을 탑재하여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쇼에서 '최고의 탠덤 자전거상(Best Tandem Bike)'을 수상했다. 근력이 부족할 수 있는 노년뿐만 아니라 청장년의 커플들에게 장거리 여행뿐만 아니라 매일매일의 이동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보쉬 전동시스템과 궁합이 잘 맞는 누빈치 N360 변속기를 탑재하여 변속 충격 없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자전거의 이름은 카레라 탠덤인데 카레라는 스페인어로 경주, 레이스(Race)라는 뜻을 가진다. 카레라 탠덤 전기자전거의 우아한 움직임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다. 코모션 사이클즈는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고객으로는 자전거 세계여행가, 패럴림픽 참가 선수 등이 있다. 

 

카레라 탠덤 전기자전거

벨트 드라이브 두 개가 연결된 탠덤 전기자전거로 올해 쇼에서 '최고의 탠덤 자전거상'을 수상했다. 

출처. www.co-motion.com

 

작업공구와 함께 이동하는 전기자전거 

대나무 자전거와 카본 자전거로 유명한 캘피디자인의 크레이그 캘피(Craig Calfee)는 워크샵 카고 바이크(Workshop Cargo Bike)를 출품한다. 포크는 도끼 자루를 사용하고 디스크 브레이크의 로터는 전기톱날을 사용하는 등의 유머와 재미요소가 풍부한 이 전기자전거는 이동하는 작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안장에 위치한 수납공간 안에 망치 등의 공구를 채워서 이동하면 자전거가 서는 곳이 바로 작업장이 된다. 보쉬의 전동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캘피는 2008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대나무로 자전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가나사람들과 함께 한 바가 있다. 현지에서 구한 대나무로 튼튼한 자전거를 만들어서 아프리카의 상황에 맞는 자전거가 현지에서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자전거 기술을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00 킬로그램에 달하는 시멘트 두 포대를 싣고 비포장도로를 주행해야 하는 가나의 자전거 사용환경을 고려해서 대나무 자전거를 만들었다. 캘피의 도전적이면서 유연한 생각은 이번쇼에 출품한 워크샵 카고 바이크와 가나의 대나무 자전거가 같은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공구와 작업장을 주제로 만든 전기자전거 

작업용 공구를 싣고 달릴 수 있는 전기자전거로 크레이크 캘피가 디자인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대나무로 자전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출처. www.calfeedesign.com

 

고양이를 운반하기 위한 전기자전거

4년 째 자동차 없이 살고 있는 잉글리쉬 사이클즈(English Cycles)의 잉글리쉬 부부는 유일하게 렌터카를 사용할 때가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때이다. 롭 잉글리쉬는 차 없이 살기 위해 고양이를 실을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만드는데 바로 노카키티카고 바이크(No-Car-Kitty-Cargo Bike)이다. 앞뒤 짐받이에 고양이 운반상자를 적재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서 고양이 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들도 싣는 것이 가능하다. 프런트 랙(Front Rack)에는 카본으로 만든 바닥판을 깔아서 기능과 멋을 함께 추구했다. 마찬가지로 보쉬와 누빈치, 카본드라이브의 조합으로 구동계를 완성하여 무거울 수 있는 짐자전거를 롭의 아내인 마샤도 탈 수 있게 했다.  

 

고양이 운반용 전기자전거 

자동차 없이 생활해온 롭 잉글리쉬는 자신의 고양이를 동물병원까지 운반하기 위해 이 전기자전거를 만들었다. 앞 짐받이의 크기에 따라 스템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가변 스템을 장착했다. 

출처. www.englishcycles.com

 

복고풍 전기자전거 

메사추세츠 월폴에 위치한 에이앤티 바이크(ANT Bike)는 193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고풍 전기자전거를 출품했다. 스프링과 링크구조로 되어있는 프런트 샥은 복고의 분위기를 더해주며 부룩스 안장과도 잘 어울린다. 전동시스템은 바이오넥스를 사용하고 있다. 

에이앤티 바이크의 마이크 플래니건(Mike Flanigan)은 20년 넘게 손으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고 있으며 스포츠가 아닌 일상의 이동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담 없는 분위기의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마이크는 아내 벳시(Betsy)와 둘이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복고풍 전기자전거 

1930년대의 오토바이를 주제로 만든 전기자전거이다. 복고 분위기의 이 전기자전거는 매일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출처. antbikemike.wordpress.com

 

나무로 만들어 튼튼한 전기자전거 

코너 우드 사이클즈(Connor Wood Cycles)는 나무로 만든 자전거를 출품했다. 프레임 빌더인 크리스 코너(Chris Conner)는 나무로 악기를 만들던 기술과 경력을 그대로 살려 수제 자전거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만든 나무 자전거는 리드빌 100(Leadville 100)이란 MTB 경기에 출전하여 하루에 160 킬로미터를 성공적으로 주행해 그 내구성이 입증되었다. 기능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한 이 자전거는 나무가 주는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과 전동시스템이 만나 편안함을 준다. 스램의 전동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며 배터리가 위치하고 있는 뒷 짐받이의 처리가 돋보인다. 덴버에 위치하고 있는 코너 우드 사이클즈는 미국산 나무를 사용해 만들어 자부심도 크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전기자전거

나무로 기타와 가구를 만들던 장인인 크리스 코너는 자신의 기술을 살려 2012년 자전거 회사를 설립하고 나무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어오고 있다. 

출처. www.connorcycles.com

 

마치며 

일반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만드는 현상은 핸드메이드 프레임을 장착한 자전거의 영역까지 번지고 있다. 토크센서와 리튬이온 배터리, 자동변속시스템 등으로 무장한 전기자전거는 수제자전거의 전통적인 느낌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전기자전거를 탄생시켰다. 나만의 취향에 맞춘 커스텀 전기자전거는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선택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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