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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호 자전거생활 원고

 

제목

차고에서 만든 고성능 전기자전거
부제목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를 DIY로 만드는 괴짜들

머리글
서양에는 전통적으로 자기 집의 뒷마당이나 차고에서 직접 자동차, 오토바이, 가구를 만드는 아마추어 문화가 있다. 이를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라 부른다. 단독주택의 구조상 집 뒤에 마당이 위치하기 때문에 주로 뒷마당에서 뚝딱거리며 만드는 사람들을 일컬어 왔다.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보다는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서 아낌 없이 시간과 정열,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전기자전거도 백야드빌더의 개념으로 직접 만드는 매니아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DIY로 괴물같은 고성능의 전기자전거를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전기자전거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구현함으로써 전기자전거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DIY로 만든 고성능 전기자전거들의 최고시속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닥터 배스(Dr Bass)의 전기자전거로 시속 106 km, 좀비즈(Zombies)의 시속 95 km, 리컴펜스(Recumpence)의 시속 95 km, 그리시팬트(GreasyPant)의 시속 80 km를 자랑한다. '닥터배스'와 같은 전기자전거의 이름은 엔들리스 스피어라는 포럼에서 사용하는 각자의 아이디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 
엔들리스 스피어(www.endless-sphere.com)라는 유명한 온라인 전기자전거 포럼이 있다. '엔들리스 스피어'라는 포럼 타이틀을 의역하자면 '영원한 지구를 위하여' 쯤 되겠다.  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토론과 정보교환이 활발한 곳으로 전세계에서 전기자전거를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보물과 같은 정보들로 가득하다
엔들리스 스피어에서 리브포피직스(LiveforPhysics)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루크(Luke)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를 만들었다. 리브포피직스는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하고 있는 전기오토바이 회사인 제로 모터사이클즈(Zero Motorcycles)의 배터리 엔지니어로 전기자전거 제작은 그의 취미이다. 그가 만든 데쓰 바이크(Death Bike)는 말그대로 '죽음의 자전거'로 시속 129km로 달릴 수 있다. 현존하는 전기자전거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 리브포피직스는 이 데쓰 바이크를 직접 타고 고성능 전기오토바이와 레이스트랙을 돌며 경쟁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Liveforphysics'로 검색되는 다양한 데쓰 바이크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일반적인 전기자전거의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축방향 모터(Axial Flux Motors)를 사용하여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였고 그 제작 과정을 위의 포럼에 공개해왔다
데쓰 바이크는 페달과 체인이 장착되어 모터를 구동하지 않을 때에는 자전거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형식상 전기자전거로 분류된다. 그러나 미국 전기자전거 법규 상 시속 32km 이하의 속도에서만 전기모터가 작동되어야 합법적인 전기자전거의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되므로 리브포피직스의 자전거는 위험천만한 엔지니어의 장난감 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모터의 출력도 미국의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750와트를 훌쩍 넘어 100,000와트이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134마력이니 1,600cc 내연기관 엔진이 뿜어내는 준중형 승용차의 출력과 맞먹는다. 그는 이 전기자전거를 탈 때 안전을 위해 머리끝에서 턱까지 보호하는 풀페이스 헬멧을 쓰고 통제된 도로나 레이스 트랙에서만 달린다고 한다.
리브포피직스가 보여주는 전기자전거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사람들에게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직접 전기자전거를 만들어 타고자 하는 라이더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시속 100km가 넘는 고성능 전기자전거의 영역은 완성자전거 기업들이 손 대지 않는 영역으로 개개인이 직접 개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 데쓰 바이크 

시속 129 km로 달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로 알려져 있다. 레이스 트랙을 돌고 있는 모습이며 제작자이자 라이더는 리브포피직스이다. 매우 빠르기 때문에 풀 페이스 헬멧과 전문 수트를 입고 타야 한다. 

 

고성능 DIY 전기자전거의 대명사, 리브포피직스 

자신의 전기자전거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리브포피직스이다. 그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전기자전거 개발에 아낌 없이 투자하고 그 노하우를 미련 없이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들리스 스피어라는 온라인 포럼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친환경 이동수단의 선구자 세드릭 린치 
영국의 세드릭 린치(Cedric Lynch)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이동수단에 사용될 수 있는 모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1983년부터 개발했으며 1988년부터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생산해왔다. 그는 자신의 모터가 장착된 벨로모빌을 타고 다니며 그것이 얼마나 깨끗하고 효율적인지 매일 몸소 증명한다. 형식등록까지 마친 그의 벨로모빌은 아쉽게도 페달이 없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전기자전거로 보기 어려우나 사용된 부품과 형태로 보아 전기자전거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효율로 똘똘 뭉친 그의 탈 것은 시속 97 km로 달릴 수 있고 한번 충전에 240 km를 이동할 수 있다. 이 벨로모빌로 그가 이동한 누적 거리는 8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세드릭 린치는 앞에서 언급한 포럼인 '엔들리스 스피어'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의 주인공인 '리브포피직스' 조차도 그를 존경한다. 2012 6월에는 세드릭 린치가 리브포피직스의 요청에 의해 미국에 방문하면서 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리브포피직스가 제작하고 있는 전기자전거의 모터 컨트롤러 세팅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자전거를 만든 리브포피직스와 누구보다 먼저 친환경 이동수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위한 모터를 만들어 사업화한 세스릭 린치의 만남은 두 전설의 만남으로 남을 것이다. 현재 세드릭 린치가 설계한 모터는 인도의 한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름은 아그니 모터(Agni Motor)라고 한다. 상용화되어 주로 전기오토바이에 사용된다

세드릭 린치와 그의 전기 벨로모빌 

1970년대에 이미 친환경 이동수단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것을 위한 전기모터를 개발해온 세드릭 린치와 그의 전기 벨로모빌이다. 그의 모터는 1980년대에 생산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전기 오토바이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세드릭 린치와 리브포피직스의 만남

두 전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으로 리브포피직스의 전기오토바이회사에서 세드릭 린치를 초대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데쓰바이크에 세드릭 린치의 모터를 적용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장면으로 2012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이다. 

 

 

국경 없는 전기자전거 포럼 '엔들리스 스피어
이곳에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다. 전기자전거의 구동시스템인 미드 드라이브, 리어 드라이브, 프런트 드라이브 등의 용어 정의가 궁금하다면 이곳의 '엔들리스 스피어 위키(Endless-Sphere Wiki)'라는 메뉴에서 찾아보면 된다. 명쾌한 정리가 되어있다. 그리고 전세계사람들과 전기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DIY로 집에서 만드는 전기자전거 뿐만 아니라 시판 중인 유명 자전거회사의 제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리뷰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만도 풋루스나 알톤의 전기자전거에 대한 글들도 있다. 이번 연재에 실린 이미지의 대부분도 엔들리스 스피어가 출처이며 전기자전거의 주인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올린 것이다.
엔들리스 스피어에서 DIY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느 사이트에서 각각의 부품을 주문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전기자전거의 성격에 맞는 모터, 배터리, 컨트롤러 등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용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단점이라면 영어를 쓰고 있는 포럼이라 언어적인 장벽은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의 벽을 넘어 전기자전거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수다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엔들리스 스피어 로고와 웹사이트 

DIY로 전기자전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포럼으로 전기자전거뿐만 아니라 친환경 이동수단 전체에 대한 관심과 정보들로 가득하다. 주소는 www.endless-sphere.com이다. 간단한 회원가입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만의 DIY 전기자전거 도가티 슈퍼레게라 
엔들리스 스피어 포럼에서 DIY 전기자전거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만의 전기자전거가 있다. 바로 '도가티 슈퍼레게라(Dogati Superleggera)'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도가티는 이탈리아의 명품 오토바이인 두카티에서 익살스럽게 따온 명칭이며 슈퍼레게라는 영어의 슈퍼라이트(Super Light)로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를 제작할 때 쓰는 '초경량' 기술을 뜻한다. 도가티의 엠블럼도 두카티와 람보르기니를 모방했다. 도가티는 두카티와 람보르기니에 대한 전기자전거의 오마주와 패러디가 뒤섞여있다. 도가티 제작자는 전기자전거 포럼에서 제작과정과 부품 정보, 제작 노하우를 공개하고 포럼의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었다. 반대로 리브포피직스와 같은 사람들도 도가티 제작에 기술적인 도움을 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대만 타이베이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한 셈이다
이렇게 완성된 도가티의 시속은 약 88 킬로미터이다. 무선조종 비행기나 자동차를 위해 만든 RC(Radio Control) 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스트로 플라이트 3220(Astro Flight 3220)이라고 하는 모터다. 아스트로 플라이트 모터의 시리즈는 RC 모델을 위해 40년 전에 시장에 나왔다. 그 중 3220 모델은 약 8마력의 힘을 내며 고성능 전기자전거를 만들고자 하는 매니아들에게 695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과 1.8 kg의 가벼운 무게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도가티의 또다른 특징은 전기자전거로서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DIY 전기자전거들은 제작자들이 여기저기서 부품들을 끌어모아 만들기 때문에 그 모습은 조화롭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도가티는 자전거로서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도가티를 이루고 있는 부품들을 살펴보면 프레임과 두꺼운 바퀴의 림, 배터리 팩 등과 같이 도가티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 많다. 기존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탈바꿈시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제작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베이의 도가티 전기자전거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도가티 전기자전거는 시속 88 km로 달릴 수 있다. 엔들리스 스피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으로 타이베이에서 두카티 오토바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 어찌보면 위험한 탈 것을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만드는 사람들을 다루어보았다. 이번 연재에 등장하지 않는 많은 전기자전거들도 시속 100km 안팎의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엔들리스 스피어에 등장했고 지금도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각자의 뒷마당에서 고성능 전기자전거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며 일상에 치여서 변변한 도전조차 못해보고 주말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때우기 바쁜 필자에게는 이들의 도전이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제도권 밖에서 만드는 그들의 기술적 노력과 성과들은 전기자전거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고 친환경 운송수단이라는 분야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메시지는 '전기자전거는 그 어느 운송수단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멋지고 효율적인 탈 것'이다. 결과물이 세련되지 못하며 익살스럽고 약간은 위험하더라도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만간 오고야 말 전기자전거의 시대를 앞당기는 중요한 목소리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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