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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 스토리

2013 6월호

 

제목 : 3인의 해외전문가에게 듣는 전기자전거의 미래

부제목 : 한 고스, 에드 벤자민, 한네스 노이페르트의 이야기

 

머리글 :

이번 호에서는 해외전문가 세 명에게서 전기자전거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자. 그 동안 이들이 발표했던 자료와 활동을 통해서 본 전기자전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까지 전기자전거는 별종으로 취급 받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전기자전거의 미래는 전기자전거가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조만간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 컨설턴트 한 고스

195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한 고스는 만도 풋루스 개발에도 참여할 만큼 세계적인 전기자전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회사 아이디바이크(IDbike)의 토크센서는 파스(PAS) 방식의 자전거에 적용되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주는 부품으로 악셀그룹(Accell Group)의 전기자전거에 널리 적용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자이언트에서 제품개발 디렉터(Director Product Development)로 재직 당시에 세미 리컴번트 리바이브(Revive)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소에는 전기자전거뿐만 아니라 로드 레이서를 즐겨 탄다.

 



네덜란드의 전기자전거 스파르타 아이온

악셀 그룹(Accell Group)산하의 전기자전거인 스파르타 아이온이다. 2002년 당시 출시되었을 때 일반자전거의 감수성을 그대로 지닌 전기자전거로 인기를 모았으며 현재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전기자전거가 별종모델이 아니라 자전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땀을 흘리지 않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는 등 사용자 경험을 세련되게 향상시켜주는 모델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가격은 약 34십만 원이다.

 

네덜란드 전기자전거 전문가 한 고스

한 고스(Han Goes)는 전기자전거 전문 컨설턴트이다. 그는 네덜란드 태생인데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전거 보급률을 갖고 있는 나라이고 그 중 전기자전거의 비율도 가장 높다. 인구 1인당 자전거의 대수는 1.15대로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나라이며 100대 중에 16대는 전기자전거일 정도로 전기자전거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자전거 100대 중에 전기자전거가 1대도 안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네덜란드에 전기자전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전기자전거 선진국인 나라의 컨설턴트여서 전기자전거 업계에서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 고스는 만도 풋루스 (Mando Footloose) 전기자전거의 엔지니어링 자문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한국에 자주 들르니 당연히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가 보는 전기자전거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네덜란드의 전기자전거는 1996년에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출발은 2002년 스파르타 아이온(Sparta Ion)이라는 모델부터이다. 이 모델의 특징은 일반자전거처럼 생겼으며 일반 자전거와 같은 소리를 내고 일반자전거의 느낌을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전동의 도움을 받아 아주 부드럽게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스파르타 아이온 이후 전기자전거는 유별난 성격의 탈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자전거의 느낌을 좀더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왜 전기자전거를 선호할까? 한 고스는 그 이유를 감성적인 부분과 이성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감성적으로는 이동하는 즐거움, 이동의 편리함, 편안한 이동, 유행으로 보았고 이성적인 측면으로는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이고, 목적지에 주차할 수 있으며 유연함과 컴팩트함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장에 대해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유럽에서만 해마다 44백만 대가 팔릴 것이라고 한 고스는 예언한다. 2010년도에 유럽에서 70만대의 전기자전거가 팔린 것을 보면 엄청난 성장세를 예언한 것이다. 자전거와 자전거 인프라를 통해 도심 이동수단의 모범적인 롤모델을 제시해본 네덜란드에서 우리는 개인이동수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전체 자전거 시장에 있어서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존재여서 자전거 시장도 작아지고 전기자전거의 수요는 전기스쿠터 쪽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타 분야 전문가들의 예언은 서서히 틀린 것임이 입증되고 있다. 그들은 2륜 전기 운송수단의 시장의 파이를 결국 자동차 회사나 전자제품 회사가 독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재 전기자전거 시장은 여전히 자전거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자전거의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전기자전거가 2륜 전기 운송수단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 한 고스와 같은 전기자전거 전문가의 예언이 적중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전기자전거의 젊은 구루(Guru) 한네스 노이페르트

197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난 한네스 노이페르트는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스무살에 미래의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엑스트라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현재의 엑스트라 에너지 협회가 되었다. 그는 다음세대를 위한 친환경 탈 것에 대한 헌신을 삶의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엑스트라 에너지의 활동은 이 개인이동수단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엑스트라 에너지의 주소는 “www.extraenergy.org”이다.

 


헬스클럽의 에스컬레이터

헬스클럽에 운동하러 온 사람들조차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편안함을 좋아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운동이 목적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계단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렉트리피케이션(Electrification)

한네스 노이페르트가 2010년 쾰른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일렉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다. 거의 모든 기기들이 기계적인 바탕에서 만들어졌으나 점차 전기의 동력을 받아 작동하는 기기로 변하였다는 주장이다. 전기자전거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전거 또한 모두 전기자전거로 바뀔 것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인간의 근력을 예찬하는 많은 스포츠 자전거 매니아들은 반발할 것이다.


 

스캇이 만든 전기 산악자전거 이애스펙트 910 (Scott E-Aspect 910)

산악자전거에도 전동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보쉬의 전동시스템을 장착한 이 전기자전거는 업힐의 부담을 줄여줘서 산악라이딩의 즐거움을 더 크게 해준다고 한다. 보쉬 시스템은 BB에 장착되기 때문에 무게 중심을 낮춰주어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하게 한다. 스캇과 같은 메이저 자전거 회사가 전기자전거를 전문스포츠 자전거에 접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독일 엑스트라 에너지의 설립자 한네스 노이페르트

이번에는 엑스트라 에너지의 설립자이자 회장(President)인 한네스 노이페르트(Hannes Neupert)의 다소 과격한 주장을 들어보자. 엑스트라 에너지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자전거 시장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전기자전거 뉴스전달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 부품에 대한 표준제정과 해마다 출시되는 신제품에 대한 사용자 평가까지 진행하고 있다. 전기자전거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팔방미인인 곳이다. 이러한 곳의 회장으로서 한네스 노이페르트는 한 고스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기자전거의 세상이 올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세상이 올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한네스 노이페르트는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중에 헬스클럽 입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계단보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운동을 하려고 온 사람들조차도 계단보다는 편안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려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지었다. 자전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편안함을 추구할 것이고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에 편안함을 부여하는 에스컬레이터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편리함을 불어넣어주는 것에는 '전기'가 필수적인데 이를 한네스 노이페르트는 '일렉트리피케이션(Electrification)'이라는 현상으로 해설했다. 즉 모든 기계적인 물건(Mechanical Device)들은 전기의 힘을 이용하여 작동하는 물건으로 바뀐다.

손으로 빨래하던 행동양식에서 세탁기를 사용하게 되고 레코드판을 이용해 음악을 듣다가 mp3를 아이팟으로 듣게 되고 타자기가 컴퓨터로 바뀌게 되는 현상,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는 것이 '일렉트리피케이션'이다. 인간을 둘러싼 수 많은 기기(Device)들은 거의 모두 전기를 이용하는 기기로 바뀌고 있다. 자전거도 자전거의 장점과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기라는 동력을 이용하게 되어 성격 자체가 바뀌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전기자전거라는 해석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전거는 모두 전기자전거로 바뀔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한다. 여기서의 전기자전거는 스로틀기능이 없고 페달어시스트 기능으로만 동작하는 전기자전거로 각국의 법규에 의해 자전거와 동등한 지위를 획득한 전기자전거를 의미한다. 자전거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때에만 전기자전거도 생명력을 갖는다.

과연 그의 말대로 모든 자전거가 전기자전거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발언이었다. 전기자전거화 되는 것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고급 산악자전거에도 페달링을 도와주는 미드 드라이브 방식의 전기자전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기자전거가 몸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전문스포츠 영역에도 세련되게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로드 사이클에도 전기자전거가 등장할 것이다

 

전기자전거 컨설턴트 에드 벤자민

전기자전거 전문가로 한국에도 여러 번 와서 강연했던 에드 벤자민은 그가 매년 발행하는 책 “Electric Bikes Worldwide Report”로도 유명하다. 관련기관들의 보고서에도 여러 번 인용된 바 있는 이 책은 미래 이동수단의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을 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5명의 가족이 한대의 스쿠터로 이동하는 모습

5명이 한대의 스쿠터로 이동하는 베트남의 사진으로 위험해 보이지만 가족으로 보이는 5명의 표정은 밝기 그지없다. 에드 벤자민은 전기자전거에 있어서 이동수단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렇게 여러 명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성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전기자전거가 좀더 고성능화된 모델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50와트와 시속 25킬로미터를 뛰어넘는 고성능 전기자전거로는 그동안의 연재에서도 소개했던 미국의 스페셜라이즈드 터보(250와트, 시속45킬로미터), 독일의 그레이스(1,300와트, 시속45킬로미터), 스위스의 스트로머(500와트, 시속45킬로미터) 등이 있다.

 

레바의 로고

라이트 일렉트릭 비이클 어소시에이션의 로고이다. 이 협회에는 다혼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혼 박사가 회원일 정도로 관련 산업계의 실무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주소는 “www.levassociation.com”이다.

 

미국 레바의 설립자인 에드 벤자민

세번째로 미국인 에드 벤자민(Ed Benjamin)을 만나보자. 뚱뚱하고 마음씨 좋게 생긴 에드 벤자민은 그가 사장으로 있는 컨설팅회사, 이사이클일렉트릭(eCycleElectric.com)보다 레바(LEVA)의 설립자로 유명하다. 레바는 라이트 일렉트릭 비이클 어소시에이션(Light Electric Vehicle Association)의 약자로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경량화된 운송수단 모두를 다룬다. 전기자전거 산업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자전거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시장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드 벤자민은 전기자전거를 현재와 미래의 매력적인 이동수단으로 봄과 동시에 250와트 이하 출력과 시속 25킬로미터 이하에 묶여있는 전기자전거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일반자전거의 성능을 뛰어넘는 고성능 전기자전거의 시장도 함께 조명한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고 도심에 인구가 집중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도심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10 km 이하를 주행하는 전기자전거로는 고성능을 원하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미래 전기자전거 시장에 대한 그의 견해 또한 다른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이지만, 그는 페델렉(Pedelec) 또는 파스(PAS)로 대표되는 전기자전거보다 전기스쿠터와 같은 이동수단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2025년도에 전기자전거 시장은 연간 5천만대 수준을 예상하였으며 8천만대의 전기스쿠터, 전기오토바이 등 2륜 친환경 이동수단 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둘을 합치면 1 3천만대이니 엄청난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혼잡한 도심이 더 이상 4륜 자동차를 받아들일 도로와 주차공간이 없으며 정부도 대기오염과 화석연료의 소비 측면에서 도심의 자동차를 정책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에드 벤자민은 아시아의 시장에 많은 관심이 있고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자전거 업체들을 엮어서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많은 성과를 내왔다. 지난 몇 년간 컨설턴트로 우리나라의 각종 기관의 행사에 초청되어 왔었다. 경량화된 개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그의 관심과 사랑은 각별한 것이어서 이를 위해 배운 중국어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치며

여기까지 해외 전기자전거 전문가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본격적인 전기자전거 세상이 오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은 전기자전거라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수준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동떨어진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전기자전거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기자전거 시장과 환경도 어떠한 영향을 받고 발전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들의 의견은 단지 전기자전거라는 아이템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도심에서 개인들이 이동하는데 있어서 그들의 이동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기자전거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유명한 말과도 같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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