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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

왜 전기자전거인가?

v22000 2020. 5. 18. 08:29

2012년 11월호 자전거생활 원고 

 

제목 : 왜 전기자전거인가?

부제 : '전기자전거를 타보신 분 계신가요?'

 

머리글 :

전기자전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를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판매량도 일년에 10,000대를 넘지 않는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 발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 전기자전거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전거라고 하는 범주에 있어서 전기자전거는 이미 거대한 흐름중에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아름답다.

갖출 것만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볍고 단순하고 명료하다.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그대로 노출하고 있기 때문에 감추는 것도 없다. 게다가 여전히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 것(Human Powered Vehicle)이라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며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 받는다. 그 매력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매니아가 되어왔다. 그래서인가? 자전거 매니아 중에는 기업체나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들처럼 유독 이공계 사람들이 많다. 특히 기계공학도 출신이 많았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예술에 몸 담은 사람들, 문학가들도 많았다. 자전거가 떠올려주는 단어는 '어린시절, 우리동네, 학창시절, 들꽃, 강변' 등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치, 분노, 질투, 위화감' 등의 단어는 끼어들기가 힘들다.

내가 어떻게 페달링을 하고 있는지, 기어를 몇 단에 넣었는지, 얼마나 상쾌한지, 또는 힘든지를 상대방에게 숨길 수가 없다. 숨길 필요도 없는 것이 자전거 라이딩이다. 크랭크와 스프라켓 사이에서 체인이 힘을 전달해주는 명료한 메커니즘은 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

 

스페셜라이즈드가 만든 전기자전거 터보

스페셜라이즈드 터보는 전기자전거지만, 깔끔한 스타일은 이것이 전기자전거임을 세련되게 숨기고 있다. 배터리는 다운튜브에 일체형 디자인으로 프레임과 어울리고 전동모터도 인휠모터 방식으로 뒷바퀴 스프라켓과 디스크로터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turbo.specialized.com

 

전기자전거는 아름답지 않다.

, 그런데 전기자전거란 것이 등장했다. 사람의 힘을 전기모터가 보조해주기 때문에 힘 들이지 않고 페달을 저을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에 주목해보자.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던 아름다운 자전거에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계공학이 주는 아름다움의 결정체에 전자, 전기가 끼어들었다. 자전거 매니아들에게는 이 두 가지 불경스러움(?)이 자전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간단하게 말해 자전거가 아닌 것이다.

스판덱스 소재의 달라붙는 옷으로 온 몸의 근육이 드러나는 멋진 차림에 뚜르드 프랑스의 유명한 팀 저지를 입고 달리는 '심각한' 라이더들에겐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은 이 정체불명의 자전거가 또한 달갑지 않은 물건이다. 헬멧조차 쓰지 않고 대충 크랭크를 돌리는 것 같은데 결코 추월할 수 없는 자전거가 가끔씩 탄천이나 오르막길에 등장하면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요즘 전기자전거는 배터리를 프레임에 일체형으로 감추고 모터의 크기도 작아져서 일반 자전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건 사기에 가깝다.

200년 자전거의 역사에 있어서 전기자전거는 100년 전에 일찌감치 등장하였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물결이 되어 일상생활 속을 파고든 적은 없었다. 이제는 카본자전거의 등장으로 재료공학자들이 대거 자전거에 들어왔다면 전기자전거의 등장으로 인하여 기계공학과 전자, 전기공학이 손 잡지 않을 수 없는 형상이다.

 

 

최초의 전기자전거 특허

미국의 오그덴 볼튼 주니어(Ogden Bolton Jr.)가 1895년에 등록한 최초의 전기자전거 특허로 특허번호 US552271이다. 배터리는 탑튜브에 매단 모습이 있고 전기모터는 허브모터 방식으로  뒷쪽 휠에 장착되어있다. 좌측의 큰 그림은 인휠모터(In Wheel Motor)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백십칠 년 전에 바이오넥스(BionX)와 같은 형식의 전기자전거가 발명되었음을 보여준다.

 

매년 20% 이상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전기자전거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 분들께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되물으실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이야기이고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서 결국에는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전기자전거에 있어서 고립되어있지만, 그 고립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부터 비롯된 스마트폰의 충격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매년 20%씩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믿었던 중국의 성장률조차도 8%의 벽이 무너진다고 매스컴이 아우성치는 때에 20%란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전기자전거의 성장률이다.

독일에서만 올해 60만대의 전기자전거가 팔릴 것으로 예상이 되며 유럽 200만대, 미국 50만대, 일본 35만대, 중국 2,500만대 등으로 1년에 만대 팔기에도 힘겨운 우리나라의 현실과 사뭇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전기자전거가 이렇게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

 

독일 큐브의 전기자전거

독일은 전기자전거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이미 자전거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기존 자전거 회사들은 전기자전거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또한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의 모델은 배터리를 굵은 싯튜브에 감춘 모델로 소비자 가격은 약 540만원이다.

출처. www.cube.eu  

 

전동시스템을 탑재한 네덜란드의 카고 자전거 (Cargo Bike)

네덜란드의 자전거로 많은 짐을 실어나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근길에 정장을 입은 아빠가 아이셋을 한꺼번에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전동시스템 때문이다. 한번 충전으로 아이둘을 태운 상태에서 4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출처. www.urbanarrow.com

 

전기자전거가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가는 이유

첫번째로는 대체운송수단으로서의 부각이다. 전기자전거가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미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활발하게 사용해온 나라들이다. 도심의 경우에 자동차는 이미 도로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숫자가 늘어나버렸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목적지까지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아냈다. 거기에 전기자전거는 전기동력의 힘을 이용해 땀을 흘리지 않고 언덕길을 오르거나 비교적 장거리도 이동할 수가 있다. 정장을 입고 근무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땀을 흘리지 않는 점이 중요하게 된다.

게다가 도심에 진입할 때에는 내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에 주차하기가 힘들고 목적지 부근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목적지까지 남은 1~3km의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두번째로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대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우리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의무감이 생기며 전지자전거는 그러한 요구에 부응한다. 적어도 전기자전거 자체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세번쩨로는 유가의 상승이다. 기름값의 상승은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금액도 커지고 있는데 선진국의 경우에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한번 타는 데에 오천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은 이제 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A에서 B라는 지점으로 이동하는데 자전거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고 자전거 중에서도 전기자전거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

네번째로는 레저로서의 전기자전거 활성화이다. 도심 속의 환경에서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지만, 교외로 넘어가면 이동거리가 30km 이상으로 멀어지기 때문에 자동차가 불가피해진다. 그래서 미국에는 이동수단보다는 레저의 수단으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크다. 레저로서의 의미를 찾으면서 전기자전거는 고급화, 다양화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에 로드 자전거를 즐겨 타는 로버트는 하루에 왕복 100킬로미터 정도는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런데 아내 마사와 딸 제시카는 자전거로 30킬로미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들에게 온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자연 속으로 나가려면 아내와 딸에게는 전기자전거를 주고 제임스는 일반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간의 간극을 메꾸는 수단으로 전기자전거는 극력이 떨어지는 상대적 약자에게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전기자전거 페데고

페데고 전기자전거는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의 미국 자전거메이커다. 미국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출퇴근보다는 레저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특성에 맞게 상체를 구부리지 않고 탈 수 있는 지오메트리가 인기이다. 기존 비치바이크의 스타일에 전동시스템을 얹은 자전거들도 많다.

출처. www.pedegoelectricbikes.com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아직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위의 네가지 이유가 우리에게는 아직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지 않고 둘째로 배출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는 자전거보다는 소형차나 디젤, 하이브리드의 선택 등으로 다른 출구를 찾고 있으며 세째로 대중교통 이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국토 전반으로 네트워크 연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네째로 레저로의 전기자전거 이용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수가 많지 않다. 다섯째로 아직까지 전기자전거가 명확하게 법적으로 자전거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서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에도 전기자전거는 결국 일반화,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앞서 기술한 대로 전기자전거가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알톤이 자회사 이알프스를 통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완성도 높은 전기자전거 나왔고 파워라이드도 토마라는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대기업인 만도도 풋루스라는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를 이번 유로바이크에 선보였다. 경쟁력 있는 국내기업의 제품들은 우리들에게 전기자전거에 대한 손쉬운 접근과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다.

 

 

알톤 이알프스의 유니크 20

알톤스포츠와 포스코가 합작한 회사 이알프스의 유니크 20 모델은 배터리를 프레임에 일체형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기존 전기자전거가 주는 둔탁함을 최소화하였으며 무엇보다 백만원대 초반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출처. www.altonsports.com 

 

파워라이드의 토마 전기자전거

파워라이드가 만든 토마 전기자전거이다. 단계별 페달 어시스트와 스로틀 기능이 모두 가능한 전기자전거로 회생충전기능과 달리면서 충전하는 모드까지 갖추고 있다. 현재 LS네트웍스가 운영하는 바이클로 매장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출처. www.poweride.co.kr

 

 

만도의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거대 자동차 부품 회사가 만든 만도의 접이식 전기자전거 풋루스가 지난 유로바이크에 공식런칭되었다. 디자인을 스트라이다 디자이너로 유명한 마크 샌더스가 맡아서 이슈가 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기존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자동차 회사들까지 진입하게 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우리 옆에 성큼 다가서 있다.

다시 말해 주변에서 쉽게 타볼 수 있는 자전거가 된다면 그 수요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번 타보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주변에 전기자전거란 것이 너무나 희귀한 존재여서 그렇지 일반화되기 시작한다면 다른 선진국처럼 전기자전거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이러한 환경을 위하여 법령의 정비도 필요하고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공급자 입장인 우리기업들과 세계적인 자전거 기업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전기자전거의 바람은 불 것이다. 색다른 매력으로 손짓하는 전기자전거를 언제까지나 거부할 수는 없다. 전기자전거도 자전거임을 인정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다.

다음 회에서는 전기자전거의 분류와 특색,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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